인천과 부산, 경기 일부 지역의 수돗물에서 유충(어린 벌레)이 발견되고,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내용의 의심 신고가 잇따르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수돗물을 그대로 섭취하지 않더라도 식재료를 씻고 설거지를 하거나 샤워, 양치질 등을 할 때 혹시 문제가 생길까봐 찜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충이 인체에 들어와도 큰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수돗물을 직접 마시지는 말라고 권고한다.
2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유충 수돗물 사태가 가장 심각한 인천지역의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깔따구 유충이다. 일부 지역에서 나방파리 유충 등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나방파리는 수돗물 잔류 염소에서 서식할 수 없기 때문에 하수구 등지에서 유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환경부는 깔따구 유충이 수돗물을 오염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깔따구 유충이 수돗물에서 섭취할 수 있는 유기물이 적고, 유충 기간이 평균 20∼30일 정도로 길어 오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깔따구 유충이 인체에 당장 큰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유충이 나온 수돗물을) 먹는 것이 유해하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너무 우려해서 생수로 목욕하거나 구충제를 먹을 필요는 없다”며 “우리 수돗물의 수질 성분은 기준에 부합하고 있는 만큼 생활용수로는 충분히 사용 가능하고 끓여 먹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도 “깔따구는 인체에서 생존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유충을 먹어도 몸 안에서 번식하거나 자랄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그러나 “유충이 있는 수돗물을 먹었을 때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교수(미생물학)도 “많은 양이 아니라면 몸속에서 소화가 돼 해가 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수돗물에 유충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유·무해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외 학계에는 깔따구 유충을 가루 형태로 흡입했을 때 알레르기성 천식이나 아토피, 비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와 관련,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해외 연구결과는 (유충이) 대량인 경우”라며 “국내에서는 피해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