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의 어느 마을 같은 느낌이에요. 신분증 검사 없이 완전히 국민에게 공개되는 것은 아마 116년 만일 겁니다.”(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미군으로부터 서울 용산기지를 반환받아 조성되는 용산공원 부지의 일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상시 개방된다. 용산공원추진위원회의 민간공동위원장을 맡은 유 교수의 안내로 지난 20일 용산기지 동남쪽에 위치한 미군 장교숙소 5단지 부지를 둘러봤다.
용산공원은 국내 최초의 국가공원이다. 정부는 2011년 종합기본계획을 수립해 2012년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했고, 현재 단계적인 미군 기지 반환 절차에 따라 공원 조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개방되는 구역은 1986년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땅에 미군 장교 임대주택을 지어 지난해까지 임대 운영했던 시설이다. 당시 대한주택공사(현 LH)가 지은 2, 3층 규모의 빨간 벽돌집 18개 동 중 5개 동에서 막바지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었다. 나머지 13개 동은 아이디어 공모 등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상반기 개방된다.
유 교수는 “외국 군대가 주둔한 아픈 추억이 있지만, 동시에 그런 역사가 없었다면 이곳이 지금 이렇게 서울의 허파 같은 곳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용산공원이 자연생태계를 보전한 한국의 센트럴파크로 남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곳을 전시공간, 오픈하우스, 자료실, 토론공간 등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100년이 훨씬 넘는 기간 외국 군대의 주둔지로 활용된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고, 서울 한복판의 생태계를 회복시켜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미리 둘러본 전시공간에는 1904년 일본이 러일전쟁을 기점으로 용산을 군 주둔지로 사용하면서부터 110여년간 민간이 들어갈 수 없게 된 용산기지의 역사가 빼곡히 담겨 있다. 용산기지 내부 모형과 영상 자료를 통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모습부터 앞으로 조성될 용산공원의 풍경까지 감상해볼 수 있다.
외부에는 현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조성된 넓은 잔디마당과 야외갤러리, 카페 등이 눈에 띄었다. 건물 중 1개 동은 과거 미군 장교 가족이 실제 거주했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나머지 13개 동도 아이디어 공모 등 의견수렴을 거쳐 리모델링 공사 후 내년 상반기 개방된다.
정부는 21일 제2회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를 개최해 공원 경계를 추가로 확정했다. 우선 용산공원 북측의 과거 방위사업청 부지 안에 있던 경찰청 시설 예정부지(1만3200㎡)가 공원 경계 안으로 편입됐다. 이로써 국가공원인 용산공원 면적은 300만㎡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넓어지고 남산과 연결되는 녹지축이 보강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당초 남영동 대공분실 부지를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전환하고 첨단치안센터와 종합민원콜센터 등 경찰청 시설은 구 방사청 부지로 이전할 예정이었다. 국토부는 온전한 용산공원 조성을 위해 경찰청 예정시설을 용산역 인근 정비창 부지로 이전하기로 경찰과 합의했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제1회 회의에서 의결한 용산공원 경계 확장 추진계획의 후속조치로 용산공원 정비구역 변경고시안을 의결했다. 1회 회의에서 위원회는 용산공원 인근 군인아파트와 전쟁기념관, 용산가족공원,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공원에 편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의결을 통해 용산공원 면적은 243만㎡에서 48만㎡가 늘어난 291만㎡로 바뀐다. 위원회는 추후 경찰청 시설 예정부지를 포함한 옛 방사청 부지 8만6000㎡도 용산공원 경계 내로 편입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공원 면적은 299만6000㎡로 더욱 증가하게 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개방 행사에 참석해 “용산공원은 자연 속에서 역사가 함께 살아 숨쉬는 성찰과 희망의 장소가 돼야 한다”면서 “용산이 담고 있는 과거를 기억하되, 그것을 딛고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이날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의 용산공원 조성계획 국제공모 당선작도 공개했다. 승 대표는 웨스트8·이로재·동일 팀이 6년간 설계한 ‘Healing: The Future Park’ 안을 제시했다.
국토부는 8월부터 용산공원 미래 모습을 논의하는 ‘용산공원 국민소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이디어 공모와 다양한 국민 참여행사를 통해 공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내년에는 300명 규모의 국민 참여단을 구성해 조성계획에 대한 국민 권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밖에 국토부와 국방부, 문화재청, 서울시 등은 미군의 평택기지 이전으로 사용이 중단된 용산기지 내 시설물(전체 975동 중 421동)의 노후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기본조사를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기본조사가 끝나면 내년 3월까지 정밀조사를 시행해 문화재적 가치와 보존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기존 시설물을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