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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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보트 지나가면 난장판…대청호 부유물 수거 '이중고'

영업 아닌 일반인 수상레저 못 막아…당분간 자제 필요
부유 쓰레기 1만1천㎥, 뙤약볕 아래 힘겨운 수거 되풀이

 

"쓰레기를 담아 놓은 그물에 구멍이 나면 작업을 다시 해야 해요. 죽을 맛이죠. 레저도 좋지만 당분간 모터보트 운행을 강제로 막았으면 좋겠어요"

대청호로 밀려든 부유물을 치우고 있는 방한석(71) 석호리 이장은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0∼15일 165.5㎜의 비가 쏟아지면서 충북 옥천군 군북면 석호·추소리 수역에는 1만1천㎥가량의 쓰레기가 둥둥 떠 있다.
80∼90%는 호수 주변에서 떠내려온 고사목과 갈대 등이고 나머지 10∼20%는 페트병, 스티로폼 등 생활쓰레기다.
마을 주민 6명이 벌써 여러 날 선박 2척을 이용, 물 위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한데 모아 그물로 묶고 있다.
쓰레기가 담긴 그물이 석호리 마을회관 앞 작업장 부근으로 옮겨지면 굴착기가 이를 작업장으로 퍼 올리게 된다.
이 작업은 지난 14일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휴일인 지난 19일 그물 몇 곳에 구멍이 나면서 쓰레기가 다시 호수 곳곳으로 퍼졌고, 주민들은 뙤약볕 아래서 흩어진 쓰레기를 되모으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석 이장은 "모터보트나 제트스키가 지나갈 때 물이 출렁거리면서 빨랫줄 굵기의 그물이 일부 끊어지기도 하고 스크루에 그물이 엉겼을 경우 레저객이 이를 잘라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뭍으로 끌어 올려 유형별로 분류하는 작업장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레저객이 모터보트나 제트스키 선착장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레저활동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곳은 상수원 수질 보전을 위해 환경부가 지정한 '특별 대책지역 1권역'이지만 영업 목적의 수상 레저사업만 금지될 뿐 일반인들의 레저활동을 막을 근거는 없다.
한 주민은 "쓰레기를 다 치울 때까지만이라도 수상 레저활동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수자원공사 역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막는다고 해도 군북면 방아실 쪽에서 석호리까지 모터보트나 제트스키를 타고 오는 레저객들이 있어 완벽한 방편이 되지는 못한다.


수자원공사 대청지사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7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쓰레기를 모두 수거할 계획인데, 이번 주말과 휴일이 고비가 될 것 같다"며 "이곳까지 배를 타고 오지 말라고 계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