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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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숙현 동료들, ‘나도 피해자’ 주장한 장모 선수에 “어이없다” “악몽”

“경주시청팀은 장 선수 분위기에 따라 돌아가… 아직도 안 뉘우쳐 답답”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숙현 선수 동료 선수가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가 폭행 가해자 중 1명으로 지목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의 선배 장모(여) 선수가 자신도 “최대 피해자”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나선 것에 대해 최 선수의 동료 선수들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한 최 선수의 동료들에게 장 선수가 대한체육회에 낸 진술서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내용이 담긴 것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A선수는 “장 선수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선수들을 폭행하는 걸 일삼았다”며 “선수들은 자기 잘못이 뭔지도 모르고 조심하자고 했다. 경주시청팀은 장 선수의 분위기에 따라 돌아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장 선수가 꿈에 나오면 악몽이라고 생각할 만큼 두렵다”며 “가해자들은 매일같이 폭언, 폭행했기 때문에 기억 못할 수 있겠지만 피해자는 트라우마로 남는다. 아직까지 이런 일이 벌여졌음에도 뉘우침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울분을 느낀다”고 했다.

 

B선수도 장 선수에 대해 “어이가 없고 뻔뻔하다”고 반발했다. 그는 “따랐던 선배가 그랬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도 했다.

 

C선수는 2016년 20살 때 장 선수가 후배(B선수)를 시켜 각목으로 자신의 엉덩이 10대를 때리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각목으로 C선수를 때린 B선수는 “별 것도 아닌 이유였다”며 “각목으로 (C선수를) 때리지 않았다면 자기 말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 또한 왕따를 당했거나 폭언, 심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고 최숙현 선수 어머니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씨. 뉴시스

앞서 장 선수가 지난 5일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두 얼굴의 안주현 처방사(일명 ‘팀닥터’)에게 속았다”며 자신과 김규봉 감독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장 선수는 “2019년 뉴질랜드에서 안주현 선생이 (고 최숙현 선수를) 때리고도 김규봉 감독에게 ‘장 선수가 최숙현 선수를 괴롭혔다’라고 보고했다”며 “알고 보니 안주현 처방사는 최숙현 선수가 녹취한 느낌을 받은 뒤, 모든 정황을 ‘장윤정이 괴롭혀서 그랬다’고 꾸미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숙현 선수와는 잘 지냈다”며 “오히려 안주현 처방사와는 2018년 12월부터는 대화도 하지 않았다. 2019년 3월에 갑자기 안주현 처방사가 자신의 방으로 나를 불러서 뺨을 때리고, 볼에 뽀뽀하고를 반복했다”고 되레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주장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장 선수가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했으나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