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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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률 44%… ‘음주운전 중독’, 마약보다 세다

음주운전 재범률 더 높아 44%
“이정도는 괜찮지” 습관적 반복… 상습범 시동잠금장치 도입 ‘미적’
전문가 “美·濠선 감소효과 입증”… 경찰, 피서철 음주운전 집중단속
#1. 지난 5월15일 오전 5시30분쯤. 강원도 홍천군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하다가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A(42)씨는 사고 후 그대로 운전석에서 잠이 들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A씨는 거부했다. 그는 이미 음주운전으로 다섯 차례나 처벌을 받은 상습범이었다. 지난 19일 춘천지법 형사1단독 정문식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의 한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B(36)씨의 차량이 정상적으로 주행하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6명이 다쳤는데 피해자 중 한 명은 사지가 마비됐다. B씨는 이미 2007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류일건 판사는 일명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매년 음주운전 단속 적발건수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음주 후 운전대를 잡는 상습 음주운전자 비율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중독 증상으로 끊기가 어려운 마약류 사범보다 음주운전자의 재범률이 더 높을 정도다.

22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7년 44.2%, 2018년 44.7%, 지난해 43.7%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46.4%로 크게 치솟았다. 반면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마약범죄 재범률은 2017년 36.3%, 2018년 36.6%, 지난해 35.6%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음주운전자가 줄어들고 음주 교통사고 역시 감소하는 상황에서 재범률이 오히려 증가하는 이유는 ‘괜찮겠지‘, ‘이 정도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에 습관적으로 음주운전을 반복하는 이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전력자들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절대 차량을 몰 수 없도록 ‘제도적 안전벨트’를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는 이유다. 성범죄자 재범방지를 위해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처럼, 음주운전 상습범들에 대해 음주시동잠금장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 같은 차원에서 나오는 대책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차량 내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이 같은 법안들은 임기만료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이와 관련해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과)는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한) 미국, 호주 등에서는 이미 음주운전 감소 효과가 입증됐다”며 “기술 향상으로 측정의 정확도도 높아졌다. 국회와 정부, 경찰이 장치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음주운전은 상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적 제재 필요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규제에 대한 반감이 예상되고, 장비 설치에 정부 지원금 투입도 불가피하다”며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찰청은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오는 9월7일까지 음주운전을 집중 단속한다. 경찰은 음주운전 사망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금요일을 포함해 주 1회 이상 피서지·관광지 주변 유흥가, 고속도로 톨게이트·휴게소 등에서 지방청별로 일제 단속하기로 했다.

 

김선영·이종민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