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사진)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관련 대화 녹취록에서 자신을 ‘일개 장관’ 등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상당한 자괴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추 장관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저도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자괴감을 느꼈다”라며 “검사장이라는 고위 간부로부터 일개 장관이라는 막말을 들은 것에 상당히 자괴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전날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은 한동훈 검사장과의 부산 대화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권리를 포샵(포토샵)질을 하고 앉아있다”, “무조건 수사를 막겠다, 권력 수사를 막겠다 그런 일념밖에 없어서 그렇다” 등 지난 2월13일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였던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과 만나서 한 발언이 담겨있다.
이에 관해 박 의원이 “보편적 상식에 입각한 국민은 이 정도면 검찰과 친(親)검 매체 간 유착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하자, 추 장관은 “상당히 실망스럽고 ‘유착 이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국민이 하실 것 같다”라고 응수했다.
추 장관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휴대전화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모씨와 관련된 자료를 본 것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된 것도 언급했다.
당시 추 장관이 검토한 자료에는 ‘김건희 회사’, ‘토지 매각 추진 및 대출금에 대한 연체 발생’ 등 문구가 담겨 있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이 질의하자 추 장관은 “언론 보도를 요약한 자료”라고 답했다.
◆김태흠 의원과 언쟁… “법무부 장관이 여자라서?”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추 장관은 미래통합당 김태흠(사진) 의원과 고성의 설전을 벌여 논란이 일었다.
김 의원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주무 장관으로서 왜 침묵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추 장관은 “검찰 단계로 넘어와 제가 보고를 받게 되면 그때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라며 “추 장관은 아들 문제에 대해서는 ‘내 아들 신상에 대해 건들지 말라’고 세게 말하시던데 이럴 때 아들 문제처럼 강력히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추 장관은 “제 아들은 아무 문제가 없고, 이 사건과 제 아들을 연결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질의에도 금도가 있다”라고 일갈했다.
김 의원은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 관련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법무부 입장문 가안이 유출됐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와 언쟁을 이어가던 추 장관은 “박 전 시장에 대한 피해자는 그렇게 안타까워하시면서 제 아들 신상까지 거론하면서 말씀하시니 오늘 질문은 잘 연결이 안돼서 이 정도만 답변한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장관님이 평소에 수명자(受命者·법률 명령을 받는 사람)라는 표현을 잘 쓰시냐. 발언 자료를 다 뒤져봐도 그런 말을 쓴 적이 없다”라고 했다. ‘수명자’는 최 대표가 주로 쓰는 표현이기 때문에 그가 입장문 작성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추 장관은 “법전에 있다니까”라며 답답해 했다.
그러면서 “최강욱은 그런 표현을 쓸 수 있고 여자인 법무부장관은 수명자라는 용어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이냐”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왜 자꾸 따지려고 그러시냐. 제 얘기에 답변만 하시면 되지. 국무위원이 지금 싸우러 나오셨나? 장관님 기분 좀 가라앉히시고. 여기 와서 싫은 소리 좀 들으시는 거다”라고 했다.
그러자 추 장관은 “제가 싫은 소리를 들을 자세는 돼 있다.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말씀해 주시지, 모욕적인 단어나 망신주기 질문은 삼가시기 바란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