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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할머니에 왜 뒷수갑… 경찰 “과잉대응 여부 조사”

인권위 “뒷수갑·목누르기 인권침해 가능성 커”
세계일보 자료사진

토지 문제로 다투는 이웃 간의 분쟁이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 논란으로 비화해 눈길을 끈다. 분쟁의 한 당사자가 직업이 경찰관인데 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분쟁 상대방인 80대 할머니한테 수갑을 채운 점이 발단이 됐다. 특히 앞수갑에 비해 고통이 더 큰 뒷수갑까지 동원한 건 지나친 과잉대응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낮 12시30분쯤 전북 정읍에서 “어떤 할머니가 우리 집에 들어와 나가지 않는다”는 내용의 주거침입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전북경찰청 소속의 경찰관 A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출동한 B경위 등은 A씨 집 거실에 있던 할머니 C(82)씨에게 “집 주인이 신고했으니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C씨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며 출동한 경찰관의 요구에 불응했다.

 

B경위 등은 “버티면 체포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했고 C씨는 “그렇게 해야 나가겠다”고 맞받았다. 결국 B경위는 C씨를 제압하고 두 팔을 등 뒤로 꺾어 강제로 결박하는 방식의 뒷수갑을 채웠다. 뒷수갑은 양손을 내민 상태에서 결박하는 앞수갑에 비해 고통이 더 크다. 그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범죄 혐의 피의자에게 뒷수갑을 채우거나 목덜미를 누르는 방식의 제압은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면서 “가급적 앞수갑을 사용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선 백인 경찰관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목덜미를 누르는 방식을 동원했다가 사망 사고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아무튼 C씨는 파출소로 연행될 때까지 20분 넘게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있었다. 소식을 들은 가족이 파출소로 달려왔고 그제서야 풀려난 C씨는 현재 주거침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할머니 C씨는 신고자인 경찰관 A씨와 수십 년 넘게 같은 마을에 산 이웃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토지 문제로 법정 다툼을 하는 등 감정의 골이 무척 깊어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뒤늦게 이를 파악하고 당시 현장에 출동해 할머니한테 뒷수갑을 채운 B경위 등을 상대로 무리한 진압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피의자에게 뒷수갑을 채우는 사례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인권위 권고도 있고 해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앞수갑을 채우도록 한다”며 “감찰을 통해 체포 과정의 적정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