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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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한복판서 차량접촉 언쟁 중 ‘안타까운 2차 사고’

입력 : 2020-07-23 21:55:10
수정 : 2020-07-23 22: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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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경인고속도로서 다중 추돌… 2명 사망
1차 사고 때 순찰대원 현장 출동… 운전자에 갓길로 이동 요구 불구
권한상 한계 강제조치 못 해 논란… 당사자들 다투며 차 이동 안 시켜
뒤이어 2차 사고 발생 인명 사고… 최초 사고 운전자 음주운전 입건
소방대원들이 22일 오후 10시45분쯤 인천시 남동구 제3경인고속도로 고잔요금소 부근에서 발생한 다중 추돌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인천 소방본부 제공

고속도로에서 차량 접촉 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2차 사고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채 언쟁을 벌이느라 뒤따르던 차량에 탄 여성 2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1차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한국도로공사 소속 고속도로 순찰대도 권한상 한계로 아무 손을 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안타까움을 준다.

23일 인천 논현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45분쯤 인천 남동구 제3경인고속도로 고잔요금소를 약 1㎞ 앞둔 지점에서 60대 여성이 몰던 중형 승용차가 1차로에 정차 중이던 소형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튕겨나간 소형차는 앞에 있던 도로공사 고속도로 순찰차를 들이받았다. 고속도로 순찰차는 25분 전쯤 발생한 차량 접촉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상황이었다. 1차 사고 차량의 한 운전자는 음주운전을 한 상태였다고 한다.

 

잇단 충격으로 2차로까지 밀린 소형차에는 불이 붙었다. 5분쯤 지나 화재는 진압됐지만 운전자 A(23)씨 등 20대 여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소형 승용차를 들이받은 차량의 60대 여성 운전자와 남성 동승자, 순찰대원, 1차 사고차량 운전자 등 5명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문제는 1차 사고 신고를 받은 고속도로 순찰대원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사고 차량들을 갓길 등 안전지대로 이동시키지 못해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해당 순찰차는 당일 14㎞가량 떨어진 연성톨게이트에서 대기하다 신고를 받고 오후 10시3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순찰대원은 순찰차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며 1차 사고 운전자들에게 갓길로 차량을 옮기도록 요구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날 경우 먼저 차량 비상등을 켜고 갓길 등 안전지대로 차를 옮겨야 한다. 이어 차량 후방에 안전 삼각대나 불꽃 신호기를 설치하고, 탑승자는 가드레일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그러곤 경찰이나 소방서, 긴급 견인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를 무시한 채 견인이나 보험 문제 등 사고 처리를 둘러싸고 언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공사 측은 “우리는 경찰로부터 도로 순찰과 운전자 계도조치만 할 수 있을 뿐 단속 권한이 없다”며 “순찰대원이 안전을 위해 차량부터 옮겨달라고 계도했지만 운전자들이 듣지 않고 언쟁을 해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고속도로 교통 사고 시 이런 경우가 심심찮게 일어나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된다고 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처 곽상구 교수는 “차량들이 고속으로 달리는 도로에서는 차량 충돌 시 큰 인명피해가 나고 2차 사고 유발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접촉 사고 시 차를 안전지대로 먼저 옮기고 탑승자도 대피한 뒤 신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차량 음주운전자는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입건하고, 순찰대원과 1차 사고 운전자들의 2차 사고 예방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 중”이라며 “조만간 사고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