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지역 교사들의 불법촬영 범죄가 잇따라 드러나며 교육부가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관련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그 결과를 토대로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선 현재 조사방식으로는 실태 파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벌써부터 대책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 당국은 그간 불법촬영 범죄의 실태 파악에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미래통합당 배준영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2020년 7월 초중고별 불법촬영 적발내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초·중·고등학교 내에서 파악된 불법촬영 건수는 170여건이다. 2017년 53건, 2018년 55건, 지난해 65건, 올해 1∼7월 5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이 기간 △서울 88건 △부산 26건 △경북 22건 △전북 15건 △인천 13건 △충남 10건 △광주 2건 △경남 2건이 적발됐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 많은 교육청이 관련 적발내역을 관리하지 않고 있어 실제 해당 범죄 발생 건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인천의 경우 2019년과 올해, 충남은 올해 관련 자료 자체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외 경기, 강원, 대전 등 나머지 9개 지역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적발 건수가 없거나 관련 자료를 아예 보유하고 있지 않아 집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교내 불법촬영 적발 건수는 2018년에만 173건이나 됐고, 2017년에도 115건을 기록했다. 경찰 신고까지 접수된 몰카 범죄조차도 학교나 교육 당국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경남 김해와 창녕에서 현직 교사가 교내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교육부는 이처럼 교육청별로 가지각색인 적발 내역 관리체계 정리를 포함한 관련 종합대책 준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 진행 중인 불법촬영 카메라 전수조사 결과에 대해 다음달 중 확인할 예정이고 이걸 바탕으로 해 상시·불시점검 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점검체계를 만들면 자연스레 교육청별로 그 실적을 관리하는 방법 또한 일괄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에 이달 말까지 불법촬영 카메라 전수조사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종합대책 근거로 삼겠다는 이번 전수조사에 대해, 지역에 따라 허술하게 진행돼 실태 파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관련 전문성이 없는 교사들이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 조사 주체가 돼 성과를 내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양민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장은 “저희가 입수한 바로는 경기 지역에서 여전히 교사가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게 현직 교사가 카메라를 설치한 데 따른 것인데, 그걸 적발하는 업무를 교사에게 하라는 거 자체가 당국이 이 문제에 대해 강한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이번 전수조사와 관련 담당자를 학교 자체 판단에 따라 정하도록 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조사 주체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그냥 하라’고만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양 위원장은 “매번 학교 내에서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당국은 전수조사처럼 똑같은 패턴의 대책만 내놓을 뿐”이라며 “이번 전수조사도 결국 경남에서 발생한 사건을 ‘교사 개인의 일탈’로 보게 하는 결과만 나올 텐데, 이런 식의 대처로는 학생·교사의 불안을 없앨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전수조사에서 문제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서 ‘학교 안이 완전히 안전하다’는 식으로 단순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