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째 공석인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과 관련해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제청권자인 최재형 감사원장 간에 ‘의견차’가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29일 공개됐다. 청와대는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못박은 반면 최재형 감사원장은 “감사원장과 임명권자(대통령) 간에 협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29일 한 언론의 보도가 발단이 됐다. 문 대통령이 공석인 감사위원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하고자 하는데 최 감사원장이 2차례 거부했다는 내용이다.
현행 헌법 98조 3항은 ‘감사위원은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감사원장이 먼저 적임자를 골라 대통령한테 제청하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임명할지 말지 결정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먼저 특정 인물을 골라 감사원에 ‘이 사람을 제청하시오’ 하고 요구했다가 그만 탈이 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사 내용을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 감사위원 임명을 놓고서 청와대와 감사원 간에 ‘난기류’가 형성된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회의에 출석한 최 감사원장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부터 감사위원 후보자 제청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최 감사원장은 “중립적이고 직무상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분을 제청하기 위해 현재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제청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은연중에 강조했다. 감사원장과 사전에 협의를 해야지 임명권자가 일방적으로 특정 인물을 골라 ‘이 사람을 제청하시오’ 해서야 되겠느냐는 항변의 뜻으로 읽힌다.
최 감사원장은 현행 헌법 규정을 들어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은 제청하고 임명권자가 받아들이든 할 수 있는데, 제청·임명 관계는 그렇지 않다”며 “임명권자와 협의하고 제청하는 것이 순리”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과의 ‘협의’ 필요성을 든 점이 눈길을 끈다. 대통령과 감사원장이 사전에 충분히 협의를 거쳐 감사위원 후보자를 고르면 이 인물을 감사원장이 제청하는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게 순리에 맞는다는 의미다. 이 또한 “감사원장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이날 청와대 측의 단정적 언급과 온도차가 매우 크게 느껴진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