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부는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일하는 자국민이 한국 외교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해당 외교관이 뉴질랜드 법률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뉴질랜드 방송사인 뉴스허브는 심층 보도프로그램 ‘네이션’을 통해 한국 외교관 A씨가 지난 2017년 말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남자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가 있지만 한국 정부의 비협조로 뉴질랜드 경찰의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어 “A씨가 최대 징역 7년 형의 성추행 행위를 총 3차례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사건 발생 당시 모습이 촬영된 한국 대사관 폐쇄회로(CC)TV 영상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의혹에 급기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 28일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례적으로 특정 개인에 대한 문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아던 총리에게 ‘관계 부처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외교부는 뉴질랜드 법원이 성추행 의혹을 받는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뉴질랜드 외교부는 한국 정부에 조사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 개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으나 한국 뉴질랜드 정상 간 통화에서 이 문제가 언급돼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뒤늦게 인사제도팀과 감사관실, 국제법률국을 중심으로 뉴질랜드 정부의 조사 협조 요청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30일 이 사건에 대한 뉴질랜드 정부 입장과 관련해 “뉴질랜드 정부는 한국 정부가 이 사건과 관련한 뉴질랜드 경찰의 앞선 요청에 협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을 표현한 바 있다”며 “뉴질랜드의 입장은 모든 외교관이 주재국의 법률을 준수하고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뉴질랜드 정부는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은 이 사안에 대해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인권위는 조만간 이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이 사안이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외교부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어떤 조사와 협의를 진행 중인지’를 묻는 질문에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가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외교부의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일관되게 설명드린 사항은 무관용원칙이며 무관용원칙은 계속 지키고 있다”고 답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