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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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의사가 입원하라 했지만 안했다, X팔려서” 지인 전언

“나까지 입원하면 검찰이 뭐가 되느냐”며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연합뉴스

압수수색 과정에서 벌어진 현직 검사 간 초유의 몸싸움 사태로 정진웅(52·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를 고소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폭행 피해 후에도 입원을 하지 않은 이유가 알려졌다. 한 검사장은 “의사가 입원하라고 했지만 X팔려서(창피해서) 안했다”며 “나까지 입원하면 검찰이 뭐가 되느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현(47) 변호사는 1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패널로 출연해 이 같은 비화를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한 검사장과 서울대 법대 92학번 동기로, 친구 사이다. 그는 한 검사장과 정 부장검사 간 몸싸움 사태 이후 한 검사장과 통화를 했다며 “어찌 됐든 친구가 물리적 충돌을 했다니까 걱정돼서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이 나이가 돼서 그런지 삭신이 쑤신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병원에 갔느냐고 묻자 한 검사장은 ‘의사가 입원하라고 했지만 안했다, X팔려서’라고 답했다”며 “‘아니 그래도 몸이 중요하니 검사를 받고 사진만 정 부장검사처럼 안 풀면 되지, 입원해’라고 권했다”고 덧붙였다. 한 검사장은 이에 ‘나까지 입원하면 검찰이 뭐가 되느냐’고 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검찰이 더는 조롱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한 검사장과의 이런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정 부장검사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도 문제가 있지만 (입원한) 사진을 올린 게 검찰 조직을 더 우습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정 부장검사가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은 이를 가수 신정환씨의 ‘뎅기열’ 사건에 비유하며 “쾌유를 빈다”고 조롱을 하기도 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달 29일 해당 의혹 피의자인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때 한 검사장이 변호인에게 전화하기 위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자 갑자기 수사팀장인 정 부장검사가 달려들어 몸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장 측은 “갑자기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 부장검사가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면서 몸 위로 올라타 밀어 소파 아래로 넘어뜨린 뒤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얼굴을 눌렀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부장검사와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증거인멸 시도를 막기 위한 행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모습. 서울중앙지검 제공

이 몸싸움 이후 정 부장검사는 입장문을 통해 팔·다리 통증과 전신근육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인근 정형외과에서 혈압이 급상승했다는 진단을 받고 서울중앙지검 근처에 있는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장검사는 하루 만에 퇴원했다. 한 검사장은 서울고검에 정 부장검사를 독직폭행 등 혐의로 고소하고 감찰을 요구했다. 정 부장검사는 무고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한 검사장을 맞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에 대해서는 자체 검토 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동재(35·구속) 전 채널A 기자 측이 공개한 대화 녹취록 전문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한 검사장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 등으로 궁지에 몰린 수사팀이 무리하게 압수수색을 시도하다 빚어진 촌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으나 비밀번호를 풀지 못했고, 다시 유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