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신임 검사들에게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고, 검사는 인권 옹호의 최고 보루”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최근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장인 정진웅(52·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와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간 벌어진 현직 검사 간 ‘몸싸움 촌극’ 등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26명의 임관식에서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추 장관은 또 “검사는 인권감독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외부로부터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 필연적으로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n번방 사건’을 언급하면서 “인간의 삶과 존엄성을 짓밟는 범죄가 드러나 크나큰 충격을 줬다”며 “여성, 아동, 청소년, 저소득층 등 약자의 권익이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추 장관은 ‘지기추상 대인춘풍’(知己秋霜 待人春風)이라는 한자성어를 거론하면서 “스스로에게는 엄격하되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신임 검사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또 “권력기관 개혁은 국민의 열망을 담은 시대적 과제”라며 “검찰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은 분산하고 검·경(검찰·경찰)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뤄 민주적인 형사사법 제도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추 장관은 “검찰의 역할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라면서 “여전히 부패·경제·선거 등 중요 범죄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고 경찰의 수사를 통제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이처럼 검사의 인권 옹호를 강조했지만, 최근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한 검사장 휴대전화 유심(USIM) 압수수색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 논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압수수색에서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검사가 “갑자기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면서 몸 위로 올라타 밀어 넘어뜨린 뒤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얼굴을 눌렀다”고 주장하며 정 부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반면 정 부장검사 측은 한 검사장의 증거인멸 시도를 막으려 했다며 반박했다. 이를 두고 문재인정부 들어 그토록 인권을 강조해온 검찰이 피의자를 폭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고검은 이 사안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이날 추 장관은 임관식 직후 “한 검사장과 정 부장검사 간 몸싸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검찰 인사가 늦어진 배경이 무엇인가”, “검찰총장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라는 등의 질문에도 침묵을 지켰다. 한편, 최근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오후 4시30분 대검에서 열리는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당부의 말을 전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