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가 주최한 이번 대회는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17일까지 서울 성암아트홀에서 열렸다. 피아노·바이올린·비올라·첼로 4개 부문에서 고등부와 중등부로 나뉘어 열린 경연에는 총 112명이 참가했다. 심사위원단은 “기량과 음악적 성숙도가 뛰어난 참가자들이 많아 수상자를 가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각 부문 1등을 제외한 수상자 명단
◆고등부
△피아노: 2등 박진영(홈스쿨), 3등 윤서영(서울예고3), 김나연(선화예고3)
△바이올린: 3등 진영훈(부산국제영화고1)
△비올라: 2등 김재영(서울예고3), 3등 하서형(서울예고3)
△첼로: 2등 박유찬(선화예고3)
◆중등부
△피아노: 2등 안시현(예원학교1), 3등 류하늘(예원학교2), 민경배(선화예중3)
△바이올린: 2등 이재은(예원학교2), 3등 최예윤(예원학교3)
△비올라: 2등 김예은(예원학교2), 3등 강현빈(예원학교2)
△첼로: 2등 권태우(예원학교2)·최서연(예원학교2)
◆부문별 1등 수상자 소감
■피아노 고등부 김채린
세계일보 콩쿠르에서 1등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요즘 무대에만 올라가면 너무 긴장한 탓에 부쩍 실수가 늘어가고 연습 때와 다른 연주를 하고 내려온 일이 많았거든요. 자신감을 잃어가던 시기에 1등이라는 소식은 그 무엇보다 저 자신을 다시 믿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너무나 기쁩니다.
피아노 전공을 시작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음악적으로 성장시켜 주신 대구에 계시는 김안나 교수님, 항상 따뜻하게 감싸주시고 좋은 음악으로 지도해 주시는 손은정 선생님, 황지인 선생님, 늘 곁에서 응원해주는 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바이올린 고등부 이승재
먼저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도록 항상 응원해 주신 부모님과 언제나 열정적으로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과 반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 속에서 이번 예선과 본선을 긴장하며 치렀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 정말 기쁘고, 평소에 좋아하는 작곡가인 비에니아프스키의 곡으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여러모로 의미 있는 콩쿠르로 남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저를 성장시켜주시고 따뜻한 격려로 이끌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보답하고자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연주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첼로 고등부 박지희
우선 세계일보 콩쿠르에서 1위라는 큰 상을 받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독일에서 여섯 살 때 첼로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저를 이끌어주시고 열정으로 지도해주시는 선생님과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어 주시는 반주선생님이 있었기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늘 곁에서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가족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본선곡으로 드보르자크협주곡 전 악장을 연주하기에 부담감이 앞서기도 했지만 연습하면서 제가 좀 더 음악적인 표현을 할 수 있게 해주고 한 뼘 성장하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첼리스트가 되겠습니다.
■피아노 중등부 이송반야
올해는 코로나19로 콩쿠르가 연기되는 등 여러모로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콩쿠르를 안전하게 진행해주신 세계일보와 제 부족한 연주를 들어주시고 좋게 평가해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이번에 1등 상을 받게 되어 무척 영광입니다. 제가 이번 본선에서 연주한 쇼팽 바카롤은 처음 받았을 때 정서적으로도, 테크닉적으로도 참 어려운 곡이어서 최대한 세심하게 오랜 기간 동안 준비했습니다. 저를 헌신적으로 지도해주시는 최승혜 교수님과 노예진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항상 저를 물심양면 도와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사람들을 치유하고 일깨울 수 있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바이올린 중등부 백서연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도전한 콩쿠르에서 1등이라는 큰 상을 받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이번 콩쿠르 본선곡은 제가 꼭 연주해 보고 싶었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습니다. 콩쿠르를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고 지치는 날도 많았지만 늘 열정으로 지도해 주신 선생님들과 힘들 때마다 격려해주시고 힘이 되어준 가족들 덕분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꼭 하고 싶었던 곡이었기에 콩쿠르 당일 날 무대에서 많이 긴장하지 않고 즐기며 연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기분 좋은 저의 마음이 음악에도 전달되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행복한 마음 잊지 않고 성실함을 바탕으로 부족한 점을 채울 줄 아는 연주자가 되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첼로 중등부 하승빈
초등학교 2학년 때 첼로라는 멋진 악기를 뉴질랜드에서 처음 접했지만 초반엔 음악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권유로 예술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제대로 클래식을 접하게 되었고 이후로 첼로와 클래식에 대한 애정이 무한히 깊어졌습니다. 소심한 성격으로 무대공포증이라는 복병에 발목을 잡혀 콩쿠르를 나갈 때마다 한 번도 제대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낙심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 세계일보 콩쿠르에서는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으로 처음으로 작품에 대해 제대로 몰입하고 연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무대 위에서 곡을 완성도 있게 연주한 것에 만족했는데 결과도 좋게 나와 정말 기쁘고 감사합니다. 그동안 열정으로 지도해 주신 신지숙 선생님, 이경진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고 싶고 어려운 중에도 뒷바라지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감동과 행복을 주는 좋은 연주자로 서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부문별 심사평
음악 집중력·악기와 대화하는 능력 출중
제31회 세계일보 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는 중등부에 17명, 고등부에 31명이 지원하였고, 그중 6명, 8명이 각각 결선에서 경합하였다.
중등부는 예선에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소나타의 1악장, 본선에서 10분 내외의 자유곡을 연주하였고, 고등부는 예선에서 베토벤 소나타 빠른 악장, 본선에서 15분 내외의 자유곡을 연주하였다.
심사위원 7명이 심사하였고, 그중 최고점과 최저점은 합산에서 제외하였다.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적인 에너지가 다운되어 있음에도 참가자들 모두가 훌륭한 기량을 펼쳐보였다. 테크닉적인 마스터는 물론이고, 음악적인 완성도와 집중력, 악기와 대화하는 능력 등이 출중하였다.
오선지에 그려진 음표들은 일종의 수수께끼이다.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논리적 유추, 상상력이나 열정을 동원하는 외에도, 거기에 마지막 혼을 불어넣는 것은 결국 얼마나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하고 충실하였는가 하는 과정의 침착일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의 젊은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그 자체로 경이롭고 아름답다.
오늘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력과 인내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이번 콩쿠르의 참가가 더 큰 꿈을 향한 디딤돌이 되었기를 바라며, 참가자 모두에게 다시 한 번 큰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혜경 중앙대
안정된 테크닉으로 편안한 연주 들려줘
코로나19 여파로 콩쿠르 일정이 여러 번 바뀌어 참가자들 모두 준비과정이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혼란스러웠을 것이라 사료된다.
중등부 1위 백서연은 차이콥스키 콘체르토 3악장을 화려한 톤과 안정된 테크닉으로 완벽하게 소화해 내었다. 본인이 이 곡을 어떻게 연주해 내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만큼 편안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멘델스존 콘체르토 1악장을 연주한 2위 이재은은 잔잔하고 흔들림 없는 음악성과 탄탄한 음정으로 멜로디 라인을 아름답게 들려주었으나 좀 더 다이나믹한 표현이 부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3위 최예윤의 코너스 콘체르토 연주는 음정과 박자의 정확도, 깨끗한 음색 등은 좋았지만 곡에 대한 이해도가 좀 부족해서인지 음악적 흐름이 약간 지루했으며 곡을 이끌어나가는 긴장감이 다소 미흡했다.
고등부 1위 이승재는 비에니아프스키 콘체르토 1번 전 악장을 들려주었는데 다운 슬러 스타카토, 더블 하모닉스와 연속 10도 화음 등 고난이도의 테크닉들을 무난히 연주해 내었고, G선이나 E선 고음의 음색들도 훌륭히 처리해내어 본인의 기량을 맘껏 발휘하였다. 음악적 재능은 엿보였지만 3위 진영훈의 멘델스존 콘체르토 전 악장은 컨디션 난조였는지 처음부터 음정이 많이 흔들렸고, 부분적으로도 실수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불안한 마음으로 들었던 점이 아쉬웠다.
순위가 주어지는 콩쿠르이니만큼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지라도 본선에 올라온 진출자 모두가 훌륭하고 성실하게 준비된 인재들이며 앞으로도 미래의 음악계를 책임질 ‘생각하는 연주자’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선희 충남대
중·고등부 모두 1위 입상자 없어 아쉬움
올해는 본선 진출 학생들이 예선 이후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연주 과정에서 과연 제대로 준비했는지 의심케 하는 부분들을 노출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어 아쉬움이 컸다. 더구나 예선 때 보여준 음악적인 재치와 번뜩임, 성숙한 표현을 생각하면 같은 학생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성도 면에서 부실한 연주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중·고등부 모두 1위 입상자를 내지 못했다.
고등부의 경우 곡 뒤로 갈수록 나타나는 지구력과 집중력의 한계, 덜 다듬어진 테크닉, 톤 조절 능력을 의심케 하는 정돈 안 된 소리들로 인해 급히 준비하고 포장된 연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중등부 학생들은 비교적 무난한 연주를 들려주었으나, 악기 자체의 울림을 이용할 줄 아는 학생들은 매끄러운 전개를 보여준 반면 활 잡은 손이 굳어 있는 학생들은 유려한 표현에 다소 한계를 보여주어 안타까웠다. 아직 어리므로, 앞으로 다양한 소리를 개발할 충분한 시간이 있음을 기억하며 발전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윤진원 경희대
합리적 주법 하에 어려운 곡 무난히 소화
첼로 부문은 총 참가인원 24명 가운데 중등부 4명과 고등부 2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합리적 주법 하에 어려운 곡들도 무던히 풀어나가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반면 음악적 가치를 훼손할 몇 가지 사안에 해이해진 경향이 있어서 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1. 정확한 리듬과 고른 템포는 음악의 시간적 질서 유지를 위한 견고한 축이 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표현을 표방하면서 자칫 무질서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유의하자.
2. 종결음들(프레이즈나 섹션 혹은 악장의 맨 마지막 음 등)의 길이는 악보에 쓰인 길이를 엄수하자. 끝음을 무조건 최대한 길게 하는 것은 이어서 진행되는 반주(Tutti)의 화성과 끔찍한 충돌을 일으키게 되니 반드시 작곡가가 정해준 길이를 존중해야 더 큰 2차 사고를 면할 수 있다.
3. 음악의 궁극적 경지는 감정과 혼이 깃들어 있는 상태이다. 음정과 리듬 그리고 화성의 조합이 이끌어주는 드라마를 표현력 있게 연출하는 것이 연주가의 소명이겠다. 아무리 고운 음색이나 출중한 테크닉을 갖추었어도 이 요소가 부재하면 죽은 음악이 된다. 이번 무대에서는 슈만과 쇼스타코비치 협주곡 연주에서만 살아 있는 음악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의 코로나 상황에도 정성껏 연주를 준비한 참가자 여러분 모두가 감동의 결정체이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대를 열어주신 세계일보사에도 감사를 드린다.
윤영숙 서울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