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장마가 길게 이어지며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데 온난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의 경우 지난 6월10일부터 7월28일까지 49일간 장마가 이어지며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를 기록했다. 남부지방은 올해 6월24일부터 7월31일까지 38일간 지속됐다. 남부지방 장마철이 가장 길었던 해는 1974년과 2013년으로 46일간 지속됐다. 현재 장마가 지속되고 있는 중부지방은 이날 기준 42일째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2013년의 49일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폭우는 북극과 러시아 북부 동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이상고온 현상과 연관이 깊다.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오르자 ‘반사판’ 역할을 했던 빙하와 눈이 녹아 지면이 드러나면서 햇빛을 반사하지 못하고 흡수하게 됐다. 이로 인해 따뜻한 공기가 쌓이면서 공기가 정체돼(블로킹 현상)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던 찬 기류가 남북으로 움직이며 한국과 중국, 일본으로 밀려왔다.
기상청은 8일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비가 내리고, 중부지방과 전라도에는 10일까지, 서울과 경기도, 강원영서에는 14일까지 비가 내린다고 전망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6시부터 3일 오후 4시까지 서울·경기도에는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4일부터 5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경기, 강원영서, 충청북부, 서해5도 지역이 100~300㎜ (많은 곳 500㎜ 이상), 강원영동과 충청남부, 경북북부 지역은 50~100㎜(많은 곳 150㎜이상)이다.
일본과 중국에도 비 피해가 속출했다. 일본은 지난달 초 규슈 지역에 기록적 폭우가 내려 70여명이 사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4일 열린 회의에서 규슈를 중심으로 한 폭우 피해를 ‘특정비상재해’로 지정했다. 중국 역시 남부지역에서 두 달째 이어지는 홍수로 수재민이 지난달 말 기준 5000만명을 넘어섰다.
기상청 관계자는 “나비효과처럼 북극과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비를 붓는 파생 효과가 발생한 것”이라며 “온난화로 단순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지역별로 영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카키타 에이이치 교토대 수문기상학 교수도 아사히신문에 “높은 수온과 기온이 수증기를 늘리면서 비의 양이 심하게 증가했다”며 “최근의 호우는 온난화 영향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