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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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참사에 민심 분노… 대혼돈의 레바논

베이루트 ‘정권 퇴진’ 대규모 시위
시위대·경찰 유혈 충돌 170명 사상
총리, 정국수습 위해 조기 총선 제안
신규 확진 279명 등 코로나도 기승
대규모 폭발 참사가 발생한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8일(현지시간) 수십 년간 권력을 장악한 정치 엘리트층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베이루트=AP연합뉴스

베이루트 폭발 참사로 인명 피해가 심각한 레바논에서 민심이 분노로 들끓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도 가팔라지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8일(현지시간) 폭발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1명이 숨지고 170여명이 다쳤다. 외신에 따르면 약 5000명의 시위 참가자가 이날을 ‘복수의 토요일’로 규정하고, 베이루트 도심 순교자광장 등에 모여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국민은 정권의 몰락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물러가라, 당신들은 모두 살인자’ 등의 팻말을 들었다. 정부의 무능과 정치인의 부패로 쌓인 불만이 폭발 참사를 계기로 터진 것으로 분석된다.

시위는 유혈 사태로 격화했다.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의회 건물로 접근을 시도하자 경찰은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쏴 막았다. 현지 언론은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경찰 1명이 한 호텔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적십자는 시위대 및 경찰 172명이 충돌 과정에서 다쳤고 이들 중 55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디아브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월요일(10일)에 의회 선거를 조기에 치르자고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이 다시 실시될 경우 최근 인기가 떨어진 헤즈볼라, 경제 회복과 개혁에 지지부진했다는 비판을 받은 내각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폭발 참사 사망자는 최소 158명, 부상자는 6000여명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레바논 보건부는 7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5951명으로 하루 사이 279명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첫 감염자가 보고된 이래 가장 많은 일일 신규 확진자 수다.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로 큰 피해를 입은 곡물 사일로(가운데)와 주변 지역을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 5일(현지시간) 촬영한 항공 사진. 베이루트=AFP연합뉴스

베이루트 폭발 사고로 개인보호 장비와 의약품 등이 담긴 컨테이너 17대가 손실됐고, 병원들도 예산 부족으로 폭발 부상자들과 코로나19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기 힘든 상황으로 알려졌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