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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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덕분? 탓? 논란 속 文 “홍수 피해, 보 영향인지 분석하라”

정치권 ‘4대강 사업 공과’ 공방 불 지핀 文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지속한 폭우로 섬진강 범람 등 수해가 속출한 것과 관련해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기회”라고 10일 말했다. 이명박(MB) 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이 이번 폭우 상황에서 홍수 조절 기능을 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두고서 정치권 공방이 벌어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집중호우) 피해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이번 폭우로 4대강 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섬진강이 범람한 것을 두고 미래통합당은 “4대강 사업 중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정진석 의원), “전국적 수해를 보며 4대강 정비를 안 했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처참해졌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송석준 의원) 등 발언으로 4대강 사업의 홍수조절 효과를 주장했다.

 

하지만 여권은 지난 9일 새벽 4대강 사업에 포함된 낙동강 합천창녕보가 붕괴하자 ‘4대강 사업 때문에 물난리가 났다’며 역공을 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낙동강 강둑이 터진 가장 큰 이유는 4대강으로 건설한 보가 물의 흐름을 방해해 수위가 높아져 강둑이 못 견딜 정도로 수압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합천창녕보가 물흐름을 막아 낙동강 둑이 무너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고 “통합당은 뻘쭘하겠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여권에서는 4대강 보가 오히려 홍수 위험을 높였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보 건설에 들어간 22조원을 지천 정비 사업에 우선 투입해야 했다고 4대강 사업을 지적하며 통합당과 대립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의 제방이 전날 내린 폭우에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나온 문 대통령의 ‘보 기여도 조사’ 주문은 4대강 사업의 홍수예방 효과를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MB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에 반대해 피해가 커졌다며 공격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으로 4대강 사업 공과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4대강 보의 홍수조절 효과가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4대강 보의 전면 해체를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야당의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9~2011년에 추진한 4대강 사업은 예산 22조원을 투입한 MB정부의 핵심 사업으로, 수해 예방 및 수자원 확보를 위해 4대강에 대형 보를 설치해 물을 가둬 가뭄을 예방하고 하천 바닥을 파내 홍수 피해를 막겠다는 목적이다. MB정부 임기 말인 2011년 20조원가량을 투입하는 4대강 지류·지천 정비 사업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른바 ‘녹조라떼’ 등 수질오염을 이유로 민주당 등 범진보 진영과 환경단체 반대에 부딪혀 박근혜 정부에서 후속 사업이 무산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와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4대강 사업 관련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를 막는 데 연관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