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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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서 발생한 대형 폭발참사에 국민 분노 커져…결국 레바논 내각 총사퇴

디아브 총리 "우리는 대규모 참사를 맞았다. 베이루트 폭발은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
베이루트=AFP연합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부두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참사로 국민의 분노가 커진 가운데 레바논 내각이 10일(현지시간) 총사퇴를 발표했다.

 

하산 디아브 총리는 이날 TV로 방송된 대국민 연설에서 폭발 참사와 관련해 내각이 총사퇴한다고 밝혔다.

 

디아브 총리는 “우리는 대규모 참사를 맞았다”며 “베이루트 폭발은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현 내각이 국가를 구하려고 노력했다며 “부패 시스템이 국가보다 크다”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 데일리스타는 현 내각이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임시로 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새 총리 지명을 위해 의회와 협의에 나설 전망이다.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지난 1월 이슬람 시아파 정파인 헤즈볼라의 지지를 얻어 출범했다.

 

그러나 정치개혁과경제 회복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폭발 참사가 겹치면서 7개월 만에 좌초했다.

 

내각 총사퇴로 정치 혼란과 국민 분노를 가라앉힐지는 불투명한 형편이다.

 

이날도 베이루트 도심의 국회 건물 주변 등에서 시민 수백명이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 참가자 앤서니 하셈은 내각 총사퇴와 관련해 데일리스타에 “그것은 큰 변화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원하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그동안 기득권을 타파하는 근본적인 정치 개혁을 요구해왔다.

 

현 정부를 주도한 헤즈볼라와 동맹 세력은 폭발 참사로 수세에 몰린 것으로 평가된다.

 

레바논 반정부 시위는 이날까지 사흘 연속 이어졌다.

 

특히 지난 8일에는 시위대 수천명과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경찰 1명이 숨지고 시위 참가자 및 경찰 230여명이 다쳤다.

 

이튿날부터 압델-사마드 공보 장관과 다미아노스 카타르 환경 장관, 마리 클라우드 나즘 법무 장관 등이 잇달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베이루트에서는 대형폭발이 발생한 뒤 160여명이 숨지고 6000여명이 다쳤다.

 

레바논 정부는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6년 전부터 보관된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 약 2750t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료들이 위험한 질산암모늄을 베이루트 도심과 가까운 곳에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레바논은 막대한 국가부채와 높은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 화폐 파운드화의 가치 하락 등으로 경제위기가 심각하다.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은 이슬람교 수니파 및 시아파, 기독교 마론파 등 18개 종파를 반영한 독특한 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명목상 대통령제(임기 6년의 단임제)이지만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종파 간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 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이런 권력안배 원칙은 종파 및 정파 간 갈등과 정치적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