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는 정해졌다. 이제 거칠게 공격할 일만 남았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가 흑인이자 아시아계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을 러닝메이트, 즉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가 시작됐다. 지지율에서 바이든 후보에 크게 밀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보수 성향의 백인 표심을 결집해 바이든 후보를 상대로 역전극을 써내려간다는 복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해리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된 직후 SNS에 그를 비방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먼저 해리스 상원의원을 ‘급진좌파(radical left)’로 규정했다. 실은 강성 진보주의자임에도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의식해 겉으로만 중도인 척 한다는 취지에서 ‘가짜(phony)’라고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령(77세)의 바이든 후보가 행동이 굼뜬 점을 들어 그를 ‘느림보(slow) 조’라고 놀리는데 앞으로는 해리스 상원의원까지 한데 묶어 ‘가짜 카멀라-느림보 조’라고 부를 뜻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오락가락 제정신이 아닌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결국 자신의 통치권을 해리스 부통령한테 헌납할 것이고, 미국은 급진좌파가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앞서 트럼프 대선 캠프 역시 해리스 상원의원의 부통령 후보 지명으로 바이든 후보의 중도 성향이 급속히 퇴색하고 대선 캠프 안에서도 급진파가 부상하리란 전망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선 캠프 관계자는 “바이든 후보가 좌파 급진주의자들의 극단적 의제로 가득찬 캠프 속에서 혼자 ‘빈껍데기’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은 고령인 바이든 후보의 판단력 저하, 그리고 해리스 상원의원의 급진성을 내세워 보수 성향 백인 유권자들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역시 흑인인 해리스 상원의원이 바이든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된 마당에 흑인 표는 부득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환경이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산토끼(흑인 등 소수인종 유권자)를 좇는 대신 집토끼(보수 성향 백인 유권자)를 확실히 잡는데 더욱 치중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