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던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가 12일 새벽 보석으로 풀려났다.
체포된 지 40여 시간 만에 풀려난 지미 라이를 향해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중국 관영매체는 “지미 라이는 자유의 투사가 아니라 현대적 반역자”라고 비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홍콩보안법상 외세 결탁 등 혐의로 체포됐던 지미 라이는 12일 자정이 막 지난 시점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지마 라이가 풀려난 경찰서 앞에는 지지자들과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가 탄 검은색 벤츠 차량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마스크를 쓴 지미 라이는 지지자들을 향해 아무말도 하지 않고 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지자들은 미리 준비해온 빈과일보를 흔들고 환호하며 “끝까지 지지하겠다”고 외쳤다.
지미 라이는 보석금 30만 홍콩 달러(약 4589만원)에 보증금 20만 홍콩 달러(약 360만원)를 내는 조건으로 풀려났다. 홍콩매체 동방일보는 “지미 라이의 자산 5000만 홍콩 달러(약 76억5000만원)가 동결됐다”며 “50만 홍콩 달러를 현금으로 낼 수 없어 보증금을 늘려야 했다”고 전했다.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지미 라이의 체포는 홍콩 언론에 대한 탄압의 신호탄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빈과일보 탄압이 홍콩 내 반중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의외의 결과도 낳았다.
빈과일보 모기업인 넥스트 디지털 주가는 이틀 동안 1100% 폭등해 단번에 홍콩 최대 미디어 기업으로 올라섰다.
또 지미 라이와 함께 체포됐던 그의 아들이 운영하는 식당 ‘카페 시즌스’(Cafe Seasons)에는 지지 시민들이 몰려들어 온종일 줄을 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같은 날에 체포됐던 우산 혁명의 주역 아그네스 차우(周庭) 등도 이날 보석 석방됐다. 그는 경찰서를 나온 뒤 “정치적 박해이자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지미 라이와 그의 악명 높은 빈과일보를 자유언론의 정신적 지도자로 그려 보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그는 ‘자유의 투사’라기보다는 현대적 반역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빈과일보는 외국세력과 결탁한 홍콩 내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고, 반정부 사회운동을 부추기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단순한 언론 기관으로 볼 수 없다”며 “홍콩 정부와 본토에 대한 대중 혐오를 끌어 올리고, 젊은 세대를 세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