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사표를 낸 고위급 참모 6명 가운데 절반을 지난 10일 교체한 데 이어 어제 국민소통수석과 사회수석을 새로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한 달간 수석급 이상 참모 15명 중 7명을 교체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최재성 정무수석, 김종호 민정수석, 정만호 국민소통수석, 김제남 시민사회수석, 윤창렬 사회수석 등이 새 참모로 발탁됐다. 청와대 ‘3실장·8수석·2보좌관·2차장’ 체제에서 1명의 실장과 5명의 수석, 1명의 차장이 바뀐 것이다.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임됐다. 청와대는 노 실장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지만, 가을 정기국회 또는 연말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을 총괄하는 노 실장을 재신임하면서 청와대 쇄신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노 실장은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처분을 주도해 놓고 정작 자신의 서울 강남, 충북 청주 아파트를 정리하는 과정에선 ‘똘똘한 한 채’ 논란을 키운 장본인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 이반이 심각한 만큼 당정청 경제정책 조율을 맡고 있는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최근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냈다. 김 실장과 이 수석이 낙관적인 내용만 보고해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김 실장은 그제 “지금 집값은 수해 나면 신선식품 값 폭동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고, 이 수석은 어제 “조만간 시장 안정 효과를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부동산 대책을 23차례나 쏟아낸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52% 뛰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56주 연속 상승했다. 이런 마당에 “주택시장 안정” 운운하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을 유임시키면서 부동산 정책 등 기존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여당에서도 “대통령이 ‘구중궁궐’에 갇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가 당면한 난국은 수석 몇 명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같은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사설] 靑비서실장·정책실장 유임, 이래서 민심 수습되겠나
기사입력 2020-08-12 22:14:42
기사수정 2020-08-12 22: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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