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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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방조 의혹… 김주명 전 비서실장 소환 조사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이 13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한 혐의로 고발당한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전 서울시 비서실장)이 경찰에 출석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이날 김 원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의혹 수사와 관련해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실장이자 피고발 당사자가 소환조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김 원장을 상대로 비서실장 재직 당시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A씨가 피해와 관련된 고충을 호소한 사실을 알았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이날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난 후 취재진과 만나 “당시 비서실장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무겁게 책임을 지겠다”며 “제가 알고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모든 내용을 소명하고, 갖고 있는 자료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에 대한 조직적 방조나 묵인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피해자로부터) 전보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A씨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록 등도 추후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하상윤 기자

 

김 원장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비서실장직을 수행했다. 해당 기간은 A씨가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근무 기간(2015년 7월∼2019년 7월)에 포함된다. 

 

김 원장은 지난달 강용석 변호사 등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측으로부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당했다. 가세연은 김 원장 외에도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등 총 4명의 전직 비서실장들을 고발했다.

 

김 원장은 자신을 고발한 가세연을 향해 “막연한 추측과 떠도는 소문에만 근거해 저를 포함한 비서실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성추행을 방임·방조·묵인한 것처럼 매도했다”며 “정치적 음해를 목적으로 고발한 가세연에 대해 민형사상의 엄정한 법률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원장을 소환하기에 앞서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 20여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상태다. 경찰의 김 원장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박 전 시장의 핵심참모인 이른바 ‘6층 사람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A씨 측은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4년여간 서울시 비서실에서 근무하면서 20여명의 전·현직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피해사실을 털어놓거나 전보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돌아온 건 회유성 발언뿐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참고인 조사를 받은 서울시 관계자들의 진술이 A씨의 진술과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경찰은 대질신문도 검토 중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