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오늘의시선] 국민 신뢰받는 기상청 되려면

예보에 AI·빅데이터 활용해야
기상청장이 언론 브리핑 실시를

온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걸린 듯하다. 코로나 우울증에 추가해서 거의 두 달 동안 이어지는 장맛비가 우리나라 전역에 큰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얼른 코로나 위협으로부터 해방되고, 비도 그쳐서 반가운 해를 보고 싶은 소망을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런데 여름철 집중호우에 추가해서 기상청의 강수 예보가 자꾸 빗나가 국민의 불편과 불만이 최고조에 다다른 상황이다.

지난 주말의 기상청 예보가 최악이었다고 많은 사람이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기상청보다 외국에서 운영하는 날씨 애플리케이션의 예보가 더 정확하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기상예보 이민’을 가야겠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우리 기상청과 외국 날씨 애플리케이션의 기상예보를 비교해 보지 않아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오랜 기간을 종합해서 살펴보면 기상청의 예보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상청의 예보가 좋을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 대기과학

첫째, 기상청의 공식 예보모델인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orean Integrated Model;KIM)의 성능은 기상예보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영국 포함), 그리고 일본의 수치모델과 비교할 만하다. 그래서 전반적인 기상 상황을 예보하는 데 있어서 사람들이 체감할 정도로 큰 차이가 날 수 없다. 단지 국지성 집중호우 등 우리의 생활에 손해를 끼치는 재해기상의 예측 성능이 낮지 않나 생각한다.

둘째, 외국 날씨 애플리케이션은 주로 미국과 영국의 수치모델 결과를 시간별로 표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모델의 수평 해상도는 KIM과 비슷하게 10km 정도이다. 그런데 기상청에서는 한반도에 특화해서 1.5km 해상도를 갖는 지역 수치모델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현대 기상예측의 성능은 수치모델의 해상도 차이에 좌우되어서 해상도가 좋을수록 예측 성능이 높아진다.

셋째, 기상청에서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관측되는 기상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모델에 대입하고, 예보관은 이를 예보에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이런 관측자료의 확보는 확실하게 예측 성능을 높여준다.

기상청의 예보 성능이 높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이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집중호우나 태풍 등 재해 기상의 예측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서일 수도 있다. 또 기상청이 국가기관이어서 국민의 생활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재해기상 예보를 보수적으로 하지 않나 생각한다. 집중호우 등을 예보할 때에 지역의 범위나 강수량을 다소 많이 예측해서 피해 예방을 독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기상이변과 기상재해가 거의 매해 발생하는 기후변화 시대에는 세계적 수준의 수치예보모델과 고가의 슈퍼컴퓨터를 사용해도 미래의 날씨를 정확히 예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국민 대다수도 이와 같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를 이해하는 아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최근의 예에서 보듯이 잘못된 기상예보를 반복해서 생산한다면 그 참을성에도 한계가 있다. 온 국민이 기상예보 이민을 가서 기상청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기상청에서도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여러 측면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 해결책의 하나로서 올 장마나 태풍처럼 온 국민의 관심사가 기상에 쏠려 있을 때 기상청장과 차장이 기자 앞에서 직접 브리핑을 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지난 수개월간 질병관리본부에서 하는 코로나 대응 브리핑은 인상적이며,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기상청도 이처럼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기상청에서는 KIM의 예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하는 등 최첨단 기술을 예보 과정에 과감하게 포함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보는 아직 기상 선진국에서도 활용되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가 기상 선진국으로 도약할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 대기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