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운 지 하루 만에 첫 합동 유세를 가졌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망친 무능한 지도자”이자 “투덜이”라고 묘사하며 맹공을 펼쳤고,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 지명이 “대실패가 될 것”이라며 악담을 퍼부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을 계기로 83일 남은 대선 레이스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유세에서 바이든 후보는 “오는 11월(3일) 우리가 할 선택이 아주 오랫동안 미국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망친 미국을 재건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후보도 “우리의 경제, 건강, 아이들 등 모든 것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이는 국민보다 본인을 더 아끼는 대통령을 뽑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며, 그래서 우리나라가 망가졌고 국제적 위상도 추락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유세를 통해 바이든 캠프가 검사 출신 비백인 여성인 해리스의 정체성을 선거전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바이든·해리스 후보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처 실패를 집중 공략했는데, 해리스는 검사 생활을 통해 쌓은 기술을 트럼프 대통령을 심판대에 세우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코로나19에) 더 큰 영향을 받았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며 “트럼프는 자기가 전문가보다 더 잘 안다는 그릇된 신념에 사로잡혀 검사 확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을 모두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이날 유세를 군중집회가 아닌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했으며,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이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폭동 3주년임을 상기하며 “신나치주의자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횃불을 들고 나왔던 것을 기억하라”고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좌우파)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했던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해리스는 바이든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곁에서 (부통령으로) 일했고, 처음으로 흑인 여성을 러닝메이트로 세운 사람”이라고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해리스를 “바이든에게 못되게(nasty) 군 사람”이라고 칭한 것을 두고 바이든은 “트럼프는 미 역사상 어느 대통령보다 잘 투덜대는 사람이라 놀랍지 않다. 그는 특히 강한 여성을 상대할 때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그린란드 매입 논의를 두고 충돌했던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등 주로 여성 적수에게 ‘못되다’, ‘형편없다’는 뜻의 ‘nasty’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이날 저녁 윌밍턴 호텔에서 열린 풀뿌리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바이든은 “(해리스 지명 후) 24시간 동안 15만명이 2600만달러(약 308억원)를 기부했다”고 발표했다. 종전 하루 평균 모금액(1000만달러)보다 3배 가까이 늘어 ‘해리스 효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캠프 관계자는 NYT에 “해리스가 흑인·라틴계 유권자의 투표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앞으로 화상 모금행사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해리스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대실패가 될 것”이라며 “그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TV)토론을 기대하고 있다. (2016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팀 케인을 완패시킨 것보다 더 잘할 것으로 본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이날 학교의 안전한 재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불쑥 “만약 당신이 대통령 후보인데 지하실에 앉아서 컴퓨터를 보고 있다면 그건 좋은 일이 아니죠”라고 반문하며 코로나19로 로키(low key) 행보 중인 바이든을 비꼬았다. 트럼프 캠프는 바이든·해리스를 ‘이 나라의 가장 급진적인 민주당원들’이라고 공격하는 페이스북 광고 캠페인에 돌입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