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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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판 승부’ UCL 이변 속출 … 4강전서도 이어지나

라리가·EPL·세리에A 탈락
獨 분데스리가 뮌헨·라이프치히
佛 리그앙 PSG·리옹 살아남아
역대최초 ‘열세리그’ 대진표 완성
네이마르(왼쪽부터), 레반도프스키, 우파메카노, 아우아르

지난해 9월 시작된 2019~2020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파로 인한 대회 중단과 5개월여 만의 재개 등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무려 11개월이 흐른 8월 중순이 돼서야 4강전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번 4강 멤버 중 익숙한 이름들이 보이지 않는다. 유럽축구연맹(UEFA) 랭킹 1위 리그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이탈리아 세리에A 소속 구단들이 전멸한 탓이다. 오랫동안 유럽축구를 주름잡았던 세 리그의 수많은 명문을 제치고 살아남은 네 팀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과 라이프치히, 프랑스 리그앙의 파리 생제르맹(PSG)과 리옹이다. 19일 PSG와 라이프치히가 첫 번째 4강전을 치르고, 하루 뒤 뮌헨과 리옹이 두 번째 4강전을 벌인다.

분데스리가와 리그앙은 유럽 5대 리그로 꼽히지만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에 비해 유럽대항전 성적이나 세계적 인기에서는 아무래도 열세인 리그다. 이들만의 UCL 4강도 역대 최초로 이중 라이프치히와 리옹은 결승진출 후보로 꼽히던 스페인의 AT 마드리드와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시티를 각각 2-1과 3-1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코로나19 여파 속 궁여지책으로 바뀐 대회 형식이 이런 낯선 대진표를 만들어냈다. 종전에는 16강부터 준결승까지 홈앤드어웨이로 토너먼트를 벌였지만, 재개된 대회는 선수단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포르투갈 리스본에 8강 진출팀들이 모여 단판으로 자웅을 겨뤘기 때문이다. 단 90분 만에 승부가 갈려 객관적 전력이 뒤지는 팀이 한두 개의 ‘필살기’만으로 반전의 결과를 노릴 수 있었다. AT 마드리드를 잡아낸 율리안 나겔스만 라이프치히 감독도 8강 경기 전 “우리처럼 경험이 적은 팀에게 단판 승부는 장점이다. 오히려 집중해서 뛰기가 쉽다”며 자신감을 보였고 끝내 승리했다.

단판전의 특성상 4강전도 반전의 결과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론 객관적 전력은 호화 멤버로 무장한 뮌헨과 PSG가 압도적이다. 뮌헨은 올 시즌 세계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2)가 이끄는 공격진의 위력이 최고조다. 이들은 15일 열린 FC바르셀로나와의 앞선 8강전에서 무려 8골을 뽑아내며 8-2로 대승을 거둬 축구팬들에게 또 다른 의미의 충격을 선사하기도 했다. 8강에서 아탈란타를 2-1로 꺾고 올라온 PSG도 우승후보다.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인 네이마르(28)와 두 번째로 비싼 킬리안 음바페(22) 등 특급 스타들이 8강전에 이어 4강에서도 날카로운 공격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리옹과 라이프치히도 단판 승부에 강한 ‘한방’을 가지고 있다. 리옹은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미드필더 하우셈 아우아르(22)가 이끄는 역습이 토너먼트 내내 위력을 발휘했다. 라이프치히는 33세의 천재 감독 나겔스만의 지휘 아래 수비수 다요 우파메카노(22)를 비롯한 다재다능한 선수들이 쉴 새 없이 전술을 바꿔가며 상대의 빈틈을 공략한다. 두 팀의 ‘한방’이 터질 경우 8강전처럼 경기가 전혀 예상 밖 양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터라 축구팬들은 4강전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