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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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그저 미안해”… 춘천시 주무관 영결식 ‘눈물바다’

의암호 선박 전복으로 실종…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
출산휴가 도중 부인과 생후 50일 된 아들 남기고 참변
“자녀가 훌륭한 아빠로 기억하도록 추모의 예 다 할 것”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로 순직한 고 이영기 주무관의 영결식이 18일 춘천시청 앞 광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춘천시 제공

“영기씨, 미안하고 미안해. 잊지 않도록 할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부디부디 편안히 잠드세요.” “마음이 먹먹합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입니다.”

 

18일 강원도 춘천시청 청사 1층 로비. 이날 춘천시청장(葬)으로 엄수된 고 이영기(32) 춘천시 주무관을 추모하는 글이 담긴 메모지가 곳곳에 나붙어 고인의 마지막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이 주무관은 지난 6일 춘천 의암호 인공수초섬 고정·결박 작업에 나섰다가 영영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한반도를 할퀸 폭우가 내리던 날에도 용감하게 빗속을 뚫고 들어가 업무를 수행하다가 희생된 것이다.

 

이 주무관은 이제 겨우 30대 초반인 젊은 남편이자 아빠였다. 아들을 낳은지 얼마 안 된 부인을 돌보느라 출산휴가를 쓰던 도중 집중호우 탓에 떠내려가게 생긴 수초섬을 챙기러 집을 나섰다가 선박 전복사고로 그만 실종됐다. 그리고 이틀 만인 지난 8일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 등선폭포 인근 북한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영결식은 이 주무관의 영정사진 입장으로 시작했다. 영정사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사진 속 이 주무관의 활짝 웃는 모습에 식장은 금세 눈물바다가 됐다. 참석자들은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던 아들이고 남편이자 동료였던 그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결식 내내 “더 아껴줄 걸”, “더 감사할 걸”, “더 잘해줄 걸” 등 고인을 향한 고마움과 미안함, 비통함과 그리움이 뒤섞인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로 순직한 고 이영기 주무관의 영결식이 18일 오전 춘천시청 앞 광장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헌화 및 분향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수 춘천시장이 시를 대표해 조사를 했다. “2020년 8월 6일 오전 11시 29분. 그 이전으로 돌릴 수는 없을까요”라고 말문을 연 이 시장은 이 주무관 이름을 여러 차례 부르며 “그 억수비에, 그 사나운 물살에, 그리도 애를 써야 했습니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예쁘디 예쁜 자녀가 자라면서 커서도 이 주무관을 훌륭하고 멋진 아빠로 기억하도록 끝까지 추모의 예를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고별사는 이 주무관의 동료인 장영진 주무관이 읽었다. “영기 형이 이제 더는 저희 곁에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운을 뗀 장 주무관은 “곁에 있을 때 부끄럽더라도 좀 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아껴줄 걸 이렇게 동료를 잃고 난 지금 너무 미안하고 한스럽다”고 말해 유족 등 모든 참석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영기 형, 부디 하늘에서는 이생에서의 좋은 추억만 기억하길 바랍니다.”

 

춘천시는 이 주무관을 8급에서 7급으로 1계급 특진 추서했다. 이 주무관은 춘천 안식공원에 안장됐다.

 

이 주무관은 지난 6일 오전 춘천시 서면 의암호에서 “폭우로 인공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 나갔다가 선박 전복사고로 실종됐다. 특히 불과 50여일 전 아내의 출산으로 특별휴가를 받아 전날부터 열흘간 휴가 중이었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샀다.

 

함께 실종된 계약직 근로자 2명은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시청 1층 로비에는 그들을 향해 ‘어서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주세요’라고 적은 메모지도 여러 장 붙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