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은 니코 코비치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새 감독 물색에 나섰다. 리그 개막 첫 10경기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7위까지 추락한 데 대한 극약처방으로 일단 한지 플라크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2경기만 한시적으로 팀을 지휘하기로 했다. 어수선했던 시즌 초반으로부터 9개월이 지난 현재 뮌헨의 초반 난조를 기억하는 팬들은 많지 않다. 플라크 감독대행이 팀을 맡은 이후 승승장구한 뮌헨이 결국 압도적 차이로 분데스리가와 독일축구협회(DFB)컵을 제패한 덕분이다. 대행을 맡을 때만 해도 무명 지도자에 불과했던 플리크는 이런 호조세 속에 정식감독이 됐다.
이런 뮌헨이 완전무결한 시즌 마무리를 눈앞에 뒀다. 20일 포르투갈 리스본 조제 알발라드에서 열린 2019∼2020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전에서 리옹을 3-0으로 완파하고 2012∼2013시즌 이후 7년 만이자 통산 11번째로 결승에 진출한 것. 16강에서 유벤투스, 8강전에서 맨체스터시티를 꺾은 돌풍의 팀 리옹을 상대로 전반 18분 세르주 나브리(25)가 선제골을 뽑아내며 기선을 잡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좁혀 들어온 뒤 때린 왼발 슛이 그대로 골문 안에 꽂혔다. 나브리는 전반 33분에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2)의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히고 나온 공을 놓치지 않고 왼발로 마무리하며 추가골까지 넣었다.
여기에 후반 43분 레반도프스키의 쐐기 헤딩골을 넣으며 이 대회 출전한 9경기 모두에서 득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UCL 15골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유벤투스)가 레알 마드리드 시절인 2013∼2014시즌 기록한 UCL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인 17골에 2골 차로 다가섰다.
이날 승리로 뮌헨은 이번 대회 결승에 올라 24일 리스본의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파리생제르맹(PSG)과 유럽 정상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UCL의 전신인 유러피언컵까지 합쳐 6번째 우승도전이다. 만약, 결승에서 승리할 경우 이번 우승은 더욱 특별한 기억이 된다. 11전 11승으로 사상 초유의 전승 우승을 달성하는 데다가 역대 9번째 트레블 달성팀으로도 올라서기 때문이다.
다만, 결승 상대가 만만치 않다. PSG는 큰 대회일수록 더욱 위력을 발하는 네이마르(28), 킬리안 음바페(22) 등 특급 스타들이 버티고 있다. 하루 전 라이프치히와의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무심코 상대 선수와 유니폼을 교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결승전 출전 불가 징계 가능성이 제기됐던 에이스 네이마르도 정상 출전할 전망이다. PSG 역시 이미 프랑스 리그앙과 프랑스컵 우승을 확정해 결승전에서 이기면 트레블을 달성한다. 뮌헨으로서도 결승에서 패할 경우 시즌 내내 다져놓은 영광의 자리를 일순간에 PSG에게 모두 빼앗겨버릴 수도 있기에 ‘트레블 매치’로 펼쳐지는 결승전은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