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왜 교회 목사 432명에게 편지를 썼을까.
경기도는 24일 이 지사가 도내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신천지발(發) 집단감염 이후 쌓아온 방역 성과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호소했다고 전했다.
◆ “지금의 고난은 종교시설 집단감염에서 비롯돼…교인의 사랑이 이웃과 공동체 향해야”
이 지사는 편지에서 “정부와 경기도의 방역 강화 조치는 종교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방역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지도자 여러분과 교인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지금의 고난’이 서울 사랑제일교회 등 종교시설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광화문 집회 참석 신도 등이 검체 검사를 받도록 안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지사는 이 글에서 기독교를 가리켜 ‘사랑의 종교’라고 표현했다. “교인의 사랑이 이웃과 공동체를 향할 때 비로소 예수님의 가르침이 이 땅에 꽃피운다고 믿는다”면서 “기독교 지도자들의 적극 협조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앞당겨져 기독교에 대한 칭송의 말이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편지는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및 시·군 대표회장 32명, 시·군 대형교회 담임목사 400명에게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도내 교회는 1만곳이 넘는다. 대체 어떤 기준과 판단에 따라 편지를 보낸 것일까.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지난 주말 경기도와 시·군 관계자가 예배 현황을 파악한 결과, 전체 교회의 약 4%에 해당하는 424곳의 집합예배 위반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랑제일교회·광화문집회와 관련해 도내 880여명의 참석자를 파악해 검체 검사를 실시했는데 이 중 30%가량이 양성 판정이 나왔다”면서 “참석자 중 110여명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지사 편지의 일부는 지난 주말 점검에서 2주간 대면 예배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어긴 교회들에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재확산 과정에서 남은 해법은 자발적 실천 외에는 없다는 뜻이다.
◆ 교회發 n차 감염 이어져…광화문집회·사랑제일교회 등 관련 30% 확진
도내에선 이날도 교회 관련 n차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우리제일어린이집에선 원생 A군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어린이집에서는 지난 13일 교사(용인 148번), 14일 등교 차량 운전기사(용인 202번)가 잇따라 확진됐다. 어린이집 교사와 차량 운전기사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우리제일교회 신도로 분류됐다.
우리제일교회에서는 11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신도와 접촉자 검사에서 환자가 추가되면서 이날 오후 2시까지 누적 확진자가 182명으로 늘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와 관련해 격리조치를 위반하거나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288명을 적발했는데 이 가운데는 종교집회를 자제해 달라는 행정명령을 어기고 예배를 강행한 교회 관계자들도 포함됐다.
지난 4월 용인시 수지구의 한 교회 관계자 5명이 도의 종교집회 제한 및 금지명령에도 불구하고 현장 점검을 방해하고 집회 및 예배를 강행한 사실이 확인돼 불구속기소된 것이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