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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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또 비무장 흑인 총격… 美, 규탄시위 격화

세 자녀 보는 데서 7차례나 쏴
인종차별 반대시위 재연 조짐
대선 경합지… 변수로 작용할 듯
바이든 “총격, 美 영혼을 관통”
시위대 폭동·방화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가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 총에 맞고 중태에 빠진 사건이 일어난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24일(현지시간) 차량 여러 대가 불에 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 참가자 일부가 폭동, 방화를 일으키면서 당국은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커노샤=EPA연합뉴스

미국 미시간 호수에 접한 인구 10만의 소도시 커노샤에서 경찰의 비무장 흑인 총격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가 약탈, 방화로 번지자 야간 통금령과 함께 주방위군이 투입되는 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때의 양상이 재연될 조짐이다.

 

24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이날 성명에서 커노샤의 주요 인프라를 보호하고 경찰관 등을 지원하기 위해 125명의 주방위군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노샤 카운티는 이와 별개로 이날 오후 8시부터 통행금지령도 내렸다.

 

이곳에 사는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가 전날 최소 7차례 경찰이 등 뒤에서 쏜 총에 맞고 쓰러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함에 따른 조치다. 시위 참가자들은 밤새 관공서 유리창을 깨고 벽에 낙서했다고 CNN은 전했다. 불이 난 커노샤 법원은 이날 건물을 폐쇄하고 사건 심리를 뒤로 미뤘다.

 

블레이크 피격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은 240만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하며 흑인 사회 분노에 불을 지폈다. 동영상을 보면 민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의 블레이크가 경찰을 뿌리치고 자신의 차량으로 걸어가 운전석 문을 열자마자 경찰이 쏜 총에 맞는다. 차량 뒷좌석에 있던 그의 8살, 5살, 3살 자녀도 이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길 건너편에 있던 레이숀 화이트는 “거리에서 여자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린 뒤 블레이크가 나타나 아이들을 차에 태우는 모습까지 봤는데, 잠깐 자리를 떴다가 다시 와보니 경찰과 블레이크가 다투고 있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스텔라 런던은 당시 블레이크는 차량이 긁힌 것을 두고 싸우던 여성 2명을 말리려고 했을 뿐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23일(현지시간) 오후 5시께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은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차량으로 향하는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와 총을 겨누고 뒤쫓는 경찰 2명. 트위터 영상 캡처

경찰은 당시 ‘가정 문제’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는 것 외에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경찰 노조는 “동영상에는 이 사건의 모든 세부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며 주 법무당국이 조사를 마칠 때까지 섣부른 판단을 유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병원에 실려 간 블레이크는 중상을 입었지만, 수차례 수술을 받고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라고 그의 변호인 측은 전했다.

 

대표적 경합지 위스콘신주에 속한 커노샤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상징하는 곳이기도 해 이번 사건은 대선 변수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 총격이 우리나라의 영혼을 관통했다”며 경찰의 과잉 대처를 규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는 트위터에 시위대 공격으로 차량이 불타는 동영상을 올리고 “평화 시위? 민주당이 11월에 승리하면 당신이 사는 곳 근처에 이런 장면이 펼쳐진다”고 비꼬았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