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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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숭배' 17세 소년, 美 ‘흑인피격’ 항의 시위대 향해 총격… 2명 사망

10대 받아준 자경단과 통금시간 활동 막지 않은 경찰 모두 비난받아

미국 위스콘신주의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의 과잉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 현장에서 총을 쏴 2명을 살해한 용의자는 평소 경찰을 숭배하던 17세 청소년으로 확인됐다고 미 언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BS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일리노이주 앤티오크에서 체포된 용의자 카일 리튼하우스(17)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등에 경찰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경찰의 가혹행위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미국 사회를 강타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대항하는 ‘경찰 생명도 소중하다’(Blue Lives Matter) 운동의 구호를 소셜미디어 곳곳에 올렸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아울러 경찰 제복을 입거나 성조기 문양의 슬리퍼를 신고 소총을 들고 찍은 사진도 여러 장 게시했다. 일부 외신은 “리튼하우스가 경찰을 숭배했다”고 지적했다.

 

리튼하우스가 거주하는 앤티오크는 비록 주(州)는 다르지만 위스콘신주 커노샤까지 차로 30분 거리다. 커노샤에서 블레이크 피격 사건을 계기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가 격화하자 총을 챙겨들고 자경단에 스스로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커노샤에서는 시위대가 건물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파괴하는 폭력 시위가 이어지자 지역 주민 일부가 자경단을 조직해 밤마다 총을 들고 순찰에 나섰다.

 

지역매체 밀워키저널센티널에 따르면 전날 총격 사건 몇 시간 전 리튼하우스는 ‘무장대원’을 자처하는 인터뷰를 했다. 그는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데일리콜러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다치고 있다. 여기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며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말했다. 리튼하우스는 “누군가 다치면 난 위험한 곳으로 달려갈 것”이라며 “그것이내가 총을 가진 이유”라고 강조했다.

 

리튼하우스가 나이많은 다른 무장대원과 어울리는 장면도 포착됐지만, 그가 자경단 정식 멤버인지는 불확실하다. 지역 자경단 ‘커노샤 경비대’는 전날 총격 사건과 관련해 “우리와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이 단체 페이스북 페이지는 폐쇄됐다.

 

리튼하우스가 자경단의 정식 단원인지 여부를 떠나 어른들이 조직한 자경단 철없는 10대 청소년의 위험한 행동을 부추겼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인터넷에서는 커노샤 경비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커노샤 경비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당신들이 다른 주에서 온 17살짜리를 받아주면서 그는 평생 감옥에서 죗값을 치러야 할 수도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커노샤 경찰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통행금지령을 어기로 거리로 나온 자경단원들을 해산시키지 않고, 오히려 감사를 표했다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