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치 현안을 두고 얼굴을 마주한 채 토론을 한 적은 없지만, 주요 이슈가 생길 때마다 서로의 입장은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을 끌어왔다.
최근엔 이 의원과 이 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2차 재난지원금의 지급 방식을 놓고 벌이고 있는 미묘한 신경전은 차기 대선레이스를 염두에 둔 상호 견제가 사실상 시작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고 뉴스1은 전했다.
민주당 차기 당 대표로 유력한 이 의원이 여당을 이끌게 되면 이 지사와 여러 현안을 놓고 적지 않은 신경전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지사는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전국민 100% 지급"을 주장하는 반면 이 의원은 '선별 지급'이라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2차 재난지원금은 필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하지만 지급 대상을 두고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이번 주말을 지켜본 후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는 "상황이 너무 유동적"이라며 "올봄 재난지원금(1차)과 상황이 다르다. 올봄에는 기존 예산의 씀씀이를 바꿔서 드린 것이라면 지금은 완전히 (예산이) 바닥이 났다.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상태라 곳간 지키기도 훨씬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재정건전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이른바 '선별 지급론'을 비판하며 전국민에게 2차 재난지원금을 나눠줘도 재정건전성엔 타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전날(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가부채 비율이 40%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30만원씩을 주면 15조원 수준으로, 0.8%포인트 늘어나는 데 불과하다"며 "전 국민에게 30만원씩을 준다고 무슨 나라가 망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강한 어휘 등을 쓰지 않는 이 의원과 직설적인 화법이 트레이드마크인 이 지사의 차이점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만약 이 의원은 당권을 잡게 되면, 그간 이 의원이 보여준 행보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이 의원과 이 지사 간의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놓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초접전이 펼쳐지면서, 그간 '신중한 입'을 지켜온 이 의원이 당 대표 자리에 앉게 됐을 땐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오히려 강경한 메시지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지사가 당을 향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 것도 앞으로 이 의원과의 대결이 불가피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진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당은 조폭이나 군대도 아니고 특정인의 소유도 아니다"라며 "민주국가에서 정당은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의 소유물도 아니며 국민의 것이자 당원의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지사가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이 누군인지 명시하진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재난지원 대상·시기·금액 등을 놓고 청와대 및 더불어민주당 주류와 다른 입장을 내놓은 자신에 대한 비판에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7일 코로나19 방역에 2차 재난지원금이 도움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이 후보를 향해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자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재난수당은 방역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방역을 위한 필수적인 대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심 대표는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과는 패키지 정책일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주요 정치인은 물론이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서 빨리 재난수당을 추석 전에 지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낙연 의원은 여당의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서 국민의 참담한 삶의 현실을 직시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