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노르웨이 방문한 中 왕이 "홍콩 시위대에 노벨평화상 주지말라"

노르웨이 외교장관, 홍콩 언급없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네 에릭슨 써라이데 노르웨이 외교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유럽을 순방 중인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우리는 아무도 노벨평화상이 정치화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홍콩 시위대에 노벨 평화상을 수여해서는 안된다는 경고 발언을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왕 국무위원은 중국·노르웨이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벨평화상이 홍콩 시위대에게 수여될 경우 중국 측 반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단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은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 노벨평화상을 이용해 내정에 간섭하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과 노르웨이 양국이 계속해서 서로 존중하고 동등하게 대할 수 있다면 양국 관계는 지속적이고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며 양국 관계를 소중히 여겨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양국 관계의 정치적 토대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왕 국무위원은 특히 포스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노르웨이와의 경제적 협력을 약속하면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르웨이의 대중 수산물 수출도 더욱 촉진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장이 노르웨이를 방문한 것은 15년 만이다. 중국은 2010년 중국 반체제 인사인 류사오보(劉曉波)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노르웨이를 상대로 단호한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노르웨이와의 외교 관계는 크게 악화했다.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금지하는 등 6년간 이어진 보복조치에 노르웨이산 연어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10년 92%에서 2017년 30%까지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양국 관계는 2017년 12월 뵈르게 브렌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핵심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한 뒤 관계 정상화가 이뤄졌다. 톈안먼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류샤오보는 그후 공산당 독제와 민주화 운동을 하다 체포돼 15년을 투옥·감금 상태도 지냈다. 

 

노벨위원회는 2010년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상을 결정했지만, 시상식은 류샤오보 없이 이뤄졌고, 류샤오보는 상을 받으러 가지 못했다. 류사오보는 2017년 7월 옥중에서 사망했다. 

이날 왕 국무위원을 만난 에릭슨 써라이데 노르웨이 외교 장관은 이같은 과거의 양국 관계를 의식한 듯 왕 외교부장이 직전에 방문했던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외교 장관과는 달리 홍콩 사태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단지 써라이데 장관은 “세계가 이미 예측불허 상태가 됐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국제사회는 더 큰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