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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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찾아 헤매던 40대 결국 숨져…부산서 울산까지 3시간 떠돌아

대전협 집단휴진에 의료공백
의료계 총파업 사흘째를 맞은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입구에 진료 지연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남정탁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 파업 사태 와중에 부산에서 약물을 마신 40대 남성이 전문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응급처치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3시간을 배회하다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28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1시23분쯤 부산 북구에서 A(47)씨가 약물을 마셔 위독하다는 신고가 119에 들어왔다. 앞서 교통사고로 음주사실이 적발된 A씨는 경찰관과 치안센터로 가던 중 잠깐 볼 일이 있다며 집에 들렀다가 살충제로 추정되는 약물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119구급대원은 신고 접수 당일 오후 11시51분 구급상황관리센터로 수용가능병원이 있는지 섭외를 요청했다. 이후 11시57분부터 12시59분까지 1시간가량 대학병원 6곳과 종합병원(2차 의료기관) 7곳 합쳐 총 13곳(부산9·경남3·양산1)에 20차례 넘게 이송 가능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A씨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이들 병원은 ‘응급실 인력이 부족하다’, ‘응급 투석 장비가 모두 치료에 투입돼 관련 환자를 더 받을 수 없다’, ‘약물중독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구급대원은 결국 27일 0시12분쯤 소방방재청에 A씨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 확인을 요청했고, 오전 1시2분쯤 이송가능한 병원이 확인됐지만 부산이 아닌 울산이었다. 결국 A씨는 오전 2시19분쯤 울산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병원을 찾느라 3시간가량을 허비한 탓에 A씨는 중태에 빠졌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27일 오후 숨졌다.

 

부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