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철이 없다”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동조했다는 논란이 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제가 어떻게 도지사에 대해 ‘철이 있다, 없다’고 하겠느냐”며 발언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에서 비롯된 해당 논란으로 당사자인 이 지사는 물론, 여당 의원들과 범여권 인사들까지 나서서 홍 부총리에게 ‘박근혜정부 사람’이라는 등의 비판을 쏟아낸 데 따른 해명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날 이 지사에 대해 ‘철이 없다’고 한 야당 의원 발언에 동의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 지적에 대해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위 과정에서 나온 얘기는 ‘철이 있다, 없다’에 대해 답한 건 아니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도지사가 전 국민에게 그렇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여러 번 지원하도록 이야기한 게 책임있는 발언이 아닌 것 같다고 강조해서 말한 것이며, 일반 국민이 많은 오해 소지가 있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날 홍 부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미래통합당 임이자 의원이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50번,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 비율보다 낮다’는 이 지사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답했다. 이어 임 의원이 “아주 철없는 얘기죠”라고 재차 물었는데, 홍 부총리는 “그렇게 생각한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는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홍 부총리는 “경기지사가 말한 ‘(재난지원금) 50번, 100번 (지급)’ 이게 정말 ‘50번, 100번’이 아니고 ‘그만한 여력이 있어서 지원이 된다’는 취지로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달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발언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전날 홍 부총리와 임 의원의 문답이 보도된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사건건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고 문재인정부의 실패만 바라며 침소봉대·사실 왜곡을 일삼는 통합당이야 그렇다 쳐도, 부총리께서 국정 동반자인 경기도지사의 언론 인터뷰를 확인도 안 한 채 ‘철이 없다’는 통합당 주장에 동조하며 ‘책임 없는 발언’이라 비난한 건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날 민주당 의원들까지 가세했다. 진성준 의원은 “논거를 들어 입장을 밝힐 일이지 분별 없는 비난에 동조할 일이겠느냐”며 “홍 부총리는 언행에 신중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부총리의 생각이라기엔 고뇌나 궁휼 의지가 없으며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김원이 의원은 “홍 부총리는 신중치 못한 발언에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15 총선 때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대표 출신인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주술에 빠진 홍남기! 박근혜 4기 수장의 커밍아웃인가? 경제이론적으로 이 지사의 발언은 문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