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 ‘핫 100’(Hot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K팝 가수로서는 역대 최고 성적이다.
빌보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자신들의 첫 번째 빌보드 ‘핫 100’ 정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띄웠다. ‘핫 100’은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횟수, 음원 판매량을 종합해 싱글 순위를 집계하는 빌보드 싱글 차트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이어 ‘핫 100’ 1위까지 석권한 최초의 한국 가수가 되었다.
아시아 가수가 ‘핫 100’ 1위에 오른 것은 1963년 일본 가수 사가모토 규의 ‘스키야키’ 이후 57년 만이다. 이전 한국 가수 최고 기록은 2012년 7주간 2위에 오른 ‘강남스타일’의 싸이다.
방탄소년단은 1일 팬 커뮤니티 위버스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정신이 없지만, (팬) 여러분들이 이뤄 낸 것이고, 여러분들이 축하받을 것이며, 이 성적만큼이나 여러분들의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1위 어떻게 가능했나?
방탄소년단은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팬클럽 ‘아미’(ARMY)를 중심으로 한 전 세계 팬 대부분이 1020 젊은 층이며, 이들은 자신들에게 친숙한 SNS를 통해 방탄소년단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 왔다.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 반응을 영상으로 제작해 다시 유튜브에 올리고, 서로 그 영상을 공유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국경을 넘어 팬들끼리 소통하며, 집단결속을 강화했다. 그 결과, 방탄소년단은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디지털 세계’에서 정상을 유지해왔다.
반면 유독 라디오 방송 등 기존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실 세계’에서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아미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구조 때문이다. 라디오 방송 등에서는 대부분 진행자나 제작진의 취향에 따라 노래가 선정된다. 게다가 라디오 방송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보다 대중적인, 특히 미국에서는 친숙한 ‘영어’로 된 노래가 자주 방송에 채택될 수밖에 없다.
방탄소년단은 이번에 ‘영어’로 된 노래를 내놨다. 이는 ‘디지털 세계’는 물론이고 ‘현실 세계’에서도 큰 인기를 불렀다. 빌보드에 따르면 ‘다이너마이트’는 지난달 27일까지 한 주 동안 미국 내 3390만 스트리밍 횟수와 30만 디지털 및 실물 판매량을 기록했다. 또 지난달 30일까지 1160만명의 라디오 청취자에게 노출됐다. 라디오 방송 횟수를 집계하는 ‘팝송 라디오 차트’에서는 방탄소년단 역대 최고 순위인 20위에 올랐다.
◆결국 ‘영어’로 승부… 미국 시장 한계 증명하기도
방탄소년단이 지금까지 발표한 곡에는 ‘한국어’가 꼭 들어갔다. ‘마이크 드롭’(MIC Drop)이나 ‘메이크 잇 라이트’(Make It Right), ‘온’(ON) 등은 한국어와 영어가 섞였다. 모든 가사가 영어로 된 노래는 ‘다이너마이트’가 처음이다. 이는 기존의 기조와 상반된다. 방탄소년단이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의 특수성을 거론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우리말로 노래를 불렀던 방탄소년단이 모든 가사를 영어로 만든 것은 결국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이라는 북미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도 “빌보드가 결국 미국 음악 시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어보다는 미국의 자국어인 영어로 된 음악이 선전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반응 및 격려
외신들의 찬사도 뜨겁다. USA투데이는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미국 유명 래퍼 카디비(Cardi B)와 메건 더 스탤리언을 “(빌보드 정상) 자리에서 내쫓고 1위로 데뷔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는 트위터에 사상 첫 ‘이스라엘∼UAE 직항’ 여객기에 탑승한 영상을 올리면서 ‘BTS’를 해시태그로 붙이고 “History Made!”(역사가 만들어졌다)라고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SNS를 통해 “정말 대단하다”며 “K팝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쾌거”라고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국난으로 힘들어하는 우리 국민들께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이복진·조성민·박현준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