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프로야구 경기가 없었던 지난 31일 밤 KBO 사무국은 발칵 뒤집혔다. 한화 2군에 있던 투수 신정락(33)이 국내 프로스포츠 선수로는 최초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KBO는 서산 2군 훈련장에 있던 한화 2군 선수와 직원 40명 전원에게 곧바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게 했다. 여기에 2군에서 1군에 합류한 한화 선수 2명과 이들의 룸메이트 등 4명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25∼26일 서산에서 한화와 퓨처스(2군)리그 원정 경기를 치른 LG 2군 선수단도 모두 검사를 받았고 한화와 LG가 각각 치를 퓨처스 2경기는 취소됐다.
이렇게 집단감염 우려 속에 KBO는 우선 검사 대상이었던 한화 선수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래도 KBO는 1군 정규리그에 영향을 우려해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예정된 한화와 두산의 1군 경기에 대해 방역 당국의 역학 조사를 통해 경기 진행의 안정성을 확인받은 뒤인 오후 5시가 넘어서 개시 결정을 내릴 만큼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잠시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훈련장 외부 숙소 거주자 등 한화 2군 관련 선수 및 관계자에 대한 추가 검사에서 또 한 명의 확진자가 나와 리그 중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화 구단은 상세 접촉자 및 감염 경로 등을 자체 확인하고 있다. 1일 오후 9시 현재 한화 2군 선수단 검진 대상 97명 중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45명이 음성 결과를 받았고, 50명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당분간 한화는 2군 경기를 치르지 못할 전망이다.
KBO는 역학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처에 들어갈 예정이다. KBO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에 따르면 역학 조사 결과 팀 내 접촉자가 6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긴급 실행위원회 또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리그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1군에 접촉자가 더 있느냐가 관건이다. 선수단 확진과 관련 리그가 중단되는 기간은 선수 자가격리 14일에 연습 기간 일주일을 더해 기본 3주다.
이렇게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염경엽(52·사진) SK 감독이 이날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홈경기에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지난 6월25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1차전 도중 더그아웃에서 쓰러진 뒤 68일 만이다. 팀이 9위에 머물며 가을야구가 멀어진 현실 속에 돌아온 염 감독은 “두 달 동안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민했고, 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면서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팬들이 느꼈던 실망감을 채워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