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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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변호사 오래해서… ‘진보’ 판결 못 내놓는 김선수 대법관

이재명 사건 이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심리서도 빠져
진보 성향의 김선수 대법관. 과거 전교조 측 변호사를 맡은 전력 때문에 대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심리에서 스스로 회피했다. 왼쪽은 그를 대법관으로 제청한 김명수 대법원장. 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 1명과 대법관 1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3일 내려진 대법 전원합의체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판결은 총 12명만 심리에 참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으로 전교조 측에 강력한 ‘원군’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김선수 대법관이 심리에서 스스로 회피했기 때문이다. 김 대법관은 과거 변호사 시절 전교조를 대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판사는 피고인 혹은 그 변호사와 ‘특수한’ 관계이면 심리에서 빠져야 한다.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 같은 하급심에선 이런 경우 사건을 다른 판사 혹은 재판부한테 재배당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다만 대법 전원합의체는 대한민국에 단 하나뿐이라 ‘재배당’이 불가능한 관계로 해당 대법관이 심리에서 스스로 회피를 선택하곤 한다.

 

김 대법관은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 전원합의체 심리를 받을 때에도 회피한 적이 있다. 김 대법관과 이 지사는 둘 다 민변 회원 출신이다. 더욱이 김 대법관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2016년 경기도가 성남시의 청년배당 등 이른바 ‘3대 무상복지 사업’에 제동을 걸며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을 때 성남시 측 법률대리인단에 참여했다. 그때 경기지사는 남경필 전 지사, 그리고 성남시장은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다.

 

김 대법관은 1988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무려 30년간 변호사로 활동하고 2018년 8월 ‘재야 법조인’ 몫으로 대법원에 입성했다. 대법원은 그의 변호사 시절 활약상에 대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며 “특히 헌법과 노동법 관련 사건에서 다수의 의미 있는 선례를 형성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김 대법관 본인이 과거 중요한 노동법 관련 사건 상당수에서 변호인 또는 법률대리인으로 활약한 것이 오늘날 대법관, 즉 판사로서의 활동에는 되레 일종의 ‘족쇄’가 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전교조 사무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노동 및 인권 전문 변호사로 30년가량 활동한 분이면 그동안 진보 성향 인사 및 단체들과 맺은 인연이 얼마나 많고 또 깊겠는가”라며 “그런 경험을 살려 노동 및 인권 관련 사건에서 전향적 판결을 내려달라고 문재인정부가 그를 대법관에 임명한 것일 텐데, 되레 ‘회피’ 조항에 걸려 심리에서 아예 빠져야 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