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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의 ‘소년 가장’ 류현진, 꿋꿋하게 시즌 3승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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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戰 6이닝 1실점 호투… 주루·수비 불안 등 딛고 값진 승리
2연속 퀄리티스타트 ‘에이스 품격’… 평균자책점 2.92에서 2.72로 낮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 지켜… 현지 언론 “진정한 프로정신” 극찬
토론토 류현진이 3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2020 미국 메이저리그 마이애미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마이애미=USATODAY연합뉴스

KBO리그 한화 시절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별명은 ‘소년 가장’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 부실한 타선 지원 속에서도 꿋꿋하게 마운드를 지켰기 때문이다. 2013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미국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선 뒤에는 든든한 타선 지원과 견고한 수비의 덕을 보는 호사를 누렸다.

2020시즌을 앞두고 토론토로 이적한 류현진이 다시 ‘소년 가장’ 모드로 돌아가고 있다. 불안한 수비와 어이없는 주루 등 야수들이 자신을 힘들게 해도 이를 극복하며 승리를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가운데 3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 토론토 야수들은 1회와 2회엔 득점 찬스 연거푸 주루 실수로 허무하게 공격을 마쳤다. 2회말 수비에선 2루수 조너선 비야가 병살타 코스 타구에 송구 실책을 범해 무사 1, 2루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지만 류현진이 삼진 2개를 잡으며 가까스로 위기를 스스로 탈출했다. 4회초 2사 1, 3루에선 3루 주자 비야가 그야말로 넋 놓고 있다가 포수 견제에 잡혀 그대로 이닝이 끝나기도 했다. 디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 앤드루 스토튼이 “류현진은 이곳에 이기려고 왔고, 토론토 선수들은 지려고 온 것 같다”고 꼬집을 정도로 야수들이 류현진을 힘들게 했다.

웬만한 투수라면 스스로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류현진은 6이닝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의 역투로 에이스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투구수는 99개. 에이스의 호투에 토론토는 2-1로 마이애미를 꺾으며 2연패에서 탈출했고 류현진은 시즌 3승(1패) 달성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와 함께 시즌 평균자책점을 2.92에서 2.72로 낮췄다. 또한 6경기 연속 5이닝 이상 1자책점 이하 투구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 평균자책점 1위를 지키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삼진을 잡아내며 홀로 버티고 있던 류현진의 도우미로 나선 이는 구리엘 주니어였다. 0-0이던 5회초 무사 1루에서 결승 투런포를 날리며 류현진의 부담을 덜어줬다. 류현진은 5회말 2사 뒤 연속 3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지만 체인지업으로 헤수스 아길라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6회에도 선두 타자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외야 뜬공과 땅볼, 삼진으로 요리하며 리드를 지켰다. 이후 토론토 불펜이 3이닝 깔끔하게 막아주면서 류현진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경기 뒤 MLB 닷컴은 “류현진은 오늘 에이스가 어떤 모습을 펼쳐야 하는지 보여줬다”며 “류현진은 걸레와 양동이를 두 손에 들고 동료들이 난장판으로 만든 걸 모두 깨끗하게 청소하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토론토 선은 “류현진은 주변의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자신을 통제하며 프로 정신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 역시 “에이스가 해야 할 역할과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소년 가장’의 면모로 돌아왔다는 것은 늘어난 삼진으로도 알 수 있다. 류현진의 올 시즌 9이닝당 삼진(K/9)은 10.05개로, 다저스에서 뛰던 7시즌(2013∼2019년) 동안의 8.08개보다 2개 이상 많다. 불안한 수비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졌음을 보여준다. 동료들의 실수에도 류현진은 “주자들이 일부러 죽은 것도 아니고, 노력하다가 상대 팀에 당한 것”이라며 “실책이 나온다고 해서 타자 접근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대인배의 면모를 보였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