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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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흑인 행세 했다” 거짓말 고백한 ‘백인’ 교수…해외연구 장학생 선발 등 혜택 누려

 

미국의 한 여성 교수가 백인임에도 오랫동안 흑인 행세를 해왔다고 고백했다. 그가 흑인 교수로서 얻은 특혜가 적지 않아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조지워싱턴대 역사학과의 제시카 A. 크루그 교수(사진)는 최근 블로그에 신상을 고백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크루그 교수는 이 글에서 실제 자신의 뿌리는 백인이자 유태인이며, 그동안 북아프리카 출신이나 미국 또는 카리브해에 뿌리를 둔 흑인 등으로 주변을 속여 왔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고백이 더욱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의 전문 분야가 아프리카와 미국 흑인의 역사라서다.

 

크루그 교수는 흑인 연구자들로 꾸려진 학회의 회원인 데다 흑인의 정치와 정체성 관련 학술 서적을 출판한 공로로 흑인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과 프레데릭 더글러스의 이름을 딴 상의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2012년에는 박사 학위를 받은 위스콘신대의 해외연구 장학생으로 선발돼 브라질과 앙골라를 찾기도 했다.

 

이런 탓에 크구그 교수가 일부러 흑인 교수 행세를 하면서 학계에서 많은 특혜를 누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그간 해온 거짓말을 고백하면서 “나는 ‘문화 거머리’”라며 “지난 수년간 거짓말을 그만두려 했지만, 겁이 나서 도덕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또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정신적인 건강 문제도 그 원인이라고 꼽으면서 “그렇다고 해서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소식에 조지워싱턴대는 충격에 빠졌다.

 

이 대학의 크리스털 노살 대변인은 “크루그 교수의 블로그 글을 보고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에도 크루그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는 한 학생은 “충격적”이라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WP는 크루그 교수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2015년에는 유명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워싱턴주 스포캔 지부장인 레이철 돌레잘이 백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CNN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