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북한 집권당인 노동당의 고위급 당직자인 도(道) 당위원장을 날려버렸다. 3대 세습에 따른 사회 전반의 부실화로 북한은 태풍이 올 때마다 큰 피해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당장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북상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일 함경남북도에서 태풍 마이삭에 따른 피해 상황이 발생하자 먼저 당 부위원장들을 파견해 실태를 파악하도록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전날(5일) 함경남도 피해지역에 도착해 정무국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당 부위원장들로부터 태풍 피해 상황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받았다.
◆부실한 건물들 즐비해… 태풍 올 때마다 ‘전전긍긍’
태풍 마이삭은 한반도 영남지역에 상륙했다가 다시 동해로 빠져나가 북상한 끝에 함경남북도에 다시 상륙했다. 이 태풍으로 함경남북도 해안선 지대의 1000여 세대의 살림집들이 무너지고, 수많은 공공건물과 농경지들이 침수됐다.
김 위원장은 현지 정무국 확대회의에서 “10월 10일이 눈앞에 박두하였는데 새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북도의 인민들이 한지에서 명절을 쇠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눈앞에 나가왔는데 그 전에는 피해 복구를 완료함으로써 주민들이 평온한 몸과 마음으로 한가위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수송 부문에 ‘총동원령’을 내리고 주요 복구 건설용 자재 수요를 추산해 본 뒤 보장 대책들을 세웠다. 또 우리 국군에 해당하는 인민군에 ‘함경남도와 함경북도 피해복구 전투에로 부르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명령’을 하달했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 복구에 군 인력을 대거 투입키로 한 것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태풍 피해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노동당 김성일 함경남도 당위원장 김성일이 해임됐다는 점이다. 도 당위원장은 북한의 직권당인 노동장에서 고위직으로 통하는 자리다. 후임에는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새롭게 발탁됐다.
◆책임져야 할 김정은 대신 도당위원장 ‘희생양’ 삼아
북한의 최고 지도자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이은 3대 세습을 해왔다. 야당이나 정치적 반대 세력이 없으니 선거는 하나마나 노동당의 승리로 끝난다. 이런 체제에서 태풍 대비 같은 것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 태풍이 오자 엉성하게 지은 부실 건물들이 줄줄이 무너져 내린 것인데 그 책임을 물어 도 당위원장을 해임한 건 북한 독재정권의 습성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9호 태풍 마이삭의 피해 복구가 갓 시작된 상황에서 10호 태풍 ‘하이선‘까지 온다고 하니 북한 공무원과 주민들은 저마다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우리 기상청에 해당하는 북한 기상수문국은 “이번에 발생한 태풍 10호는 그 규모와 세기에 있어서 태풍 8호(바비)와 9호(바이맛)보다 더 큰 대형급 태풍”이라고 강조했다.
그 때문에 북한은 각 분야에서 ‘국가 비상설 재해방지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실무 조치에 들어갔다. 조선중앙방송도 연일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에게 위기 대응 방법과 행동 질서, 대피 장소, 이동 경로를 알리고 있다. 방송은 “자연재해경보와 통보체계에 따라 피해 복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췄다”고 보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