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의 절대강자로 꼽혔던 흥국생명이 컵대회에서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았다. 준결승까지 치른 4경기 모두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며 역대 최초 무실세트 우승까지 내다봤던 흥국생명이 지난 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여자부 결승에서 GS칼텍스에 0-3으로 지면서 준우승에 그친 것이다. 11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배구 여제’ 김연경(32)이 이끌어,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기에 충격이었다.
이 결과로 흥국생명의 약점이 제대로 드러났다. 바로 김연경과 이재영이 포진한 ‘레프트’에 공격이 집중된다는 점이었다. 이를 간파한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강소휘, 안혜진 등의 강서브와 이재영에 집중된 목적타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든 뒤 레프트 쪽에 국내 최장신 선수인 메레타 러츠(206㎝)와 문명화(189㎝) 등 장신의 블로커 2∼3명을 붙였다.
이에 결승에서 13점을 올린 김연경의 공격 성공률은 28.57%에 그쳤다. 이재영마저 난조를 보이면서 흥국생명의 장점이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흥국생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수비 조직력 강화는 물론 공격 루트 다변화에 대한 숙제를 안게 됐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김연경과 이재영을 상대가 집중적으로 마크할 때 반대편에서 점수가 나와줘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좀 아쉽다. 세터 이다영과 루시아가 서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GS칼텍스는 절대강자를 꺾는 이변 끝에 3년 만이자 통산 4번째 컵대회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날카로운 서브와 결정력 높은 공격으로 대회 내내 맹활약한 GS칼텍스 강소휘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김연경은 준우승팀 수훈선수(MIP)에 만족해야 했다.
송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