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놓고 벌였던 논란에서 ‘선별 지급론’을 펼쳤던 이 대표가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자 ‘전국민 지급론’을 주장했던 이 지사는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원망이 불길처럼 퍼져 나갈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지사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계기로 차별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3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급범위를 두고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이 대표의 뜻대로 결정이 됐다”며 “정부와의 의견조율과 상황판단능력, 현실적 상황이해가 정확했다. 이런 측면에서 확실히 (이 지사를) 압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급범위를 두고 당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있었지만, 재정 여건과 시급성 등 여러 조건을 토대로 내린 이 대표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총리 시절 보여줬던 상황판단 및 의사소통 능력을 여당 대표로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지난 3차례 추경을 언급하며 “1년에 4차례 추경은 59년 만에 처음으로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이라며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지사는 ‘맞춤형 지원’으로 나온 당정청 논의결과에 “국민 불안과 갈등, 연대성 훼손 등 1차와 달라진 2차 선별지급의 결과는 정책 결정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위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 지사는 이날 당정청 회의 직후 페이스북에 “정부의 일원이자 당의 당원으로서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종 결정에 따르겠다면서도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백성은 가난보다 불평등에 분노한다)’는 문구를 인용해 “2400년 전 중국의 맹자도, 250년 전 조선왕조 시대에 다산도 ‘정치에선 가난보다 불공정을 더 걱정하라’고 가르쳤다”며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쓰기도 했다. 이 지사가 이날 ‘문재인정부’를 언급하며 불만을 드러낸 데 대해 당내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지사가 176석 여당의 수장인 이 대표에 비해 취할 수 있는 폭이 좁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 생각만 툭 던져놓으면 뒷수습은 누가 하느냐”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체급’을 더 키우기 위한 (이런) 시도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이 지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다 같이 똑같이 받아야 공정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생존의 위기에 처한 이웃을 두고,내 것도 달라며 차별받았다고 정부를 원망할 그런 국민들 아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본인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대통령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다”며 “정작 이 지사는 불공정의 화신 조국 사태 때는 비판 한마디도 안 했다”고 꼬집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