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불공정’이라고 규정하자 야권의 비판이 쏟아졌다. 야권의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재난지원금을 똑같이 받는 게 공정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7일 원 지사의 페이스북을 보면 그는 “이번엔 너무 과했다”면서 “다 같이 똑같이 받아야 공정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이 지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원 지사는 “어찌 대한민국 정부가 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을 외면하자고 맞춤형 집중지원 방침을 세웠겠느냐”면서 “국민의 대리인에 불과한 정부와 정치인들이 어찌 차별을 강제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안 주려고 선별하는 게 아니라, 폐업과 생계유지의 위기에 서 있는 분들에게 더 주려고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정부의 여러 재정정책을 통해 형편이 다른 국민들이 최종적으로 비슷하게라도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공정”이라면서 “생존의 위기에 처한 이웃을 두고 내 것도 달라며 차별받았다고 정부를 원망할 그런 국민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 지사가 거론한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가난보다 불공정에 분노한다)’에 대해 “정작 이 지사 본인은 불공정의 화신 조국 사태 때 조국 비판 한마디 안 했다”며 “그런데 재난지원금 본인의 주장 수용하지 않는다고 대통령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다”고 일갈했다.
같은 당 권영세 의원은 “이재명 지사의 공정·불공정의 기준은 무엇일까”라며 “소득에 따라 세율이 다르고 일정 수준 이하는 면세인 것은 공정한가”라고 되물었다. 권 의원은 “공정은 정의를 전제로 하고, 정의는 ‘각자에게 그의 것’을 주는 것”이라며 “얄팍한 감성적 포퓰리즘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베네수엘라는 더 이상 먼 곳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가난보다 불공정에 분노한다는 성현의 격언이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 비판에 인용되는 건 이상하다”며 “(해당 격언은) 특권층의 특혜와 비리와 불공정을 비판한 것”이라고 이 지사의 어법을 문제삼았다.
이 지사는 전날(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정이 결정한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방침을 더불어민주당의 당원으로서 성실히 따르겠다고 밝히며 “이는 변함없는 저의 충정”이라고 적었다. 자신의 보편 지급 주장에 대한 비판에는 “보수 언론과 세작(첩자)들은 더 이상 저의 견해를 ‘얄팍한 갈라치기’에 악용하지 말아달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국민 불안과 갈등, 연대성 훼손 등 1차와 달라진 2차 선별지급의 결과는 정책 결정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위험할 수 있다”며 “수많은 경우의 수와 대안을 꼼꼼하고 세심하게 따져봐야 하고, 그것이 주권자인 모든 국민들의 삶을 위기로부터 보호하는 국가의 역할”이라고 아쉬워했다.
앞서 이 지사는 다른 글에서는 ‘불환빈 환불균’을 언급한 뒤 “다산도 ‘백성은 가난보다도 불공정에 분노하니 정치에선 가난보다 불공정을 더 걱정하라’고 가르쳤다”며 “하물며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공화국에서 모두가 어렵고 불안한 위기에 대리인에 의해 강제당한 차별이 가져올 후폭풍이 너무 두렵다”고 선별 지급에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이 지사는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도 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