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샤로수길 근처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37)씨는 지난 주말부터 가게문을 닫았다. 김씨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1주일 더 연장하면서 휴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2.5단계로 9시까지만 영업해야 했던 지난 1주일 동안 손님이 80% 이상 줄었다. 장사 준비하느라 드는 재료비나 인건비, 각종 비용을 생각하면 2.5단계가 시행되는 1주일 동안 아예 쉬는 게 손해가 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부디 2.5단계가 이번주를 끝으로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조치가 더 길어지면 정말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부동산114가 7일 공개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의 상가 수는 37만321개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39만1499개)보다 2만1178개 줄어든 규모다. 서울에서만 석달만에 상가 2만여개가 문을 닫은 것이다. 특히 음식업종 수가 1분기 13만4041개에서 12만4001개로 1분기 대비 1만40개 줄었다. 석달 새 감소한 상가 2만여개 중 절반가량(47.4%)이 음식업종인 것이다. 부동산114 측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외식이 줄면서 매출이 줄자 음식점 폐업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겐 3분기 석달도 암울해 보인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방침이 1주일 더 연장되면서 프랜차이즈 카페나 식당이나 술집 등 외식업계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되면서 손님 수가 급감했고, 오후 9시 이후 포장만 허용되는 식당들은 9시 이후는 손님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저녁 장사의 비중이 큰 식당이나 술집들의 고통이 더욱 큰 상황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는 최모(38)씨는 “맥주집의 특성상 1차보다는 2차로 오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9시 이후가 제대로 된 장사 시작이다. 그런데 9시 이후엔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매출이 90% 이상 줄었다. 가게 월세를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팔아야 하지만, 인건비나 재료비, 전기료 등을 생각하면 가게를 닫는 게 손해가 더 작기 때문에 2.5단계 조치가 종료될 때까진 문을 닫을 생각”이라며 “2.5단계 방역 지침이 이번주 이후에도 유지된다면 폐업 수순을 밟는 가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에 대한 공포는 날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월세 등 임대료가 비싼 지역의 자영업자들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이태원 일대에서 한때 7개의 가게를 운영했던 방송인 홍석천씨도 최근 이탈리안 레스토랑 ‘마이 첼시’를 문닫는 것을 끝으로 이태원에서 운영하는 식당을 모두 정리했다. 홍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태원에서만 18년을 식당하면서 보냈다. 금융위기·메르스 등 위기란 위기를 다 이겨내 왔는데 이놈의 코로나19 앞에서는 나 역시 버티기가 힘들다. 내 청춘의 꿈, 사람, 사랑, 모든 게 담겨 있는 이태원. 20대 어린 나이 이태원 뒷골목에 홍콩의 란콰이펑이나 뉴욕의 소호 같은 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세월 지나 만들어졌다 싶었는데 너무 아쉽고 속상하고 화도 난다. 그러다가도 시원섭섭하고 그렇다”며 심경을 남겼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