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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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5년 관리’ 규정… 카투사 병가휴가자 서류 관리 부실

군, 카투사 4년간 병가 전수조사… 병가휴가자 95%의 서류 제대로 보존 안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세계일보 자료사진

군이 지난 4년간 진료 목적 청원 휴가를 나간 카투사(KATUSA,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병사 대다수의 진단서 등 관련 서류를 보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이 그동안 카투사 휴가를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문제가 자체 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카투사에 적용되는 육군 규정에 따르면 병가를 나갈 시 관련 서류를 5년간 보관해야 한다.

 

14일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이 2016∼2019년 카투사 병가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년간 카투사 병사 493명이 병가를 사용했다. 하지만 군은 이들 중 469명(95%)의 병가 관련 서류를 보존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육군은 카투사 병사가 병가를 나갈 경우 민간병원에서 진료받은 증명 서류를 제출하고 소속 부대가 진료비, 계산서 등 관련 서류를 5년간 보관하도록 규정한다. 실제로는 휴가를 신청하면 이뤄지는 행정 절차인 휴가 명령만 존재하고 병가를 증명할 서류는 따로 보존되지 않은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병가 인원 91명 중 0명, 2017년 58명 중 2명, 2018년 154명 중 11명, 2019년 190명 중 11명만 병가 관련 서류가 보존돼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로서 관련 서류가 없는 469명은 실제로 진료를 받았는지, 휴가 당시 서류를 제출했는지 등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병가 당시 병사가 서류를 제출했으나 군이 규정을 위반하고 폐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카투사 병사는 행정 기록인 휴가 명령까지 누락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카투사가 미군과 한국군의 이중 관리를 받으면서 특혜를 보던 일부 ‘사각지대’가 나왔다고 지적한다. 카투사는 훈련과 작전 분야에서는 미군 규정을 따르나 보직 진급·전출·휴가·군기·군법·상벌 등의 인사 행정 분야에서는 한국 육군 규정을 따른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카투사 휴가 관리가 부실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일반 병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