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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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 교수, 식물의 생태에서 인생의 길을 찾았다

식물 시리즈 2탄 ‘식물에서 길을 찾다’ 출간
‘식물처럼 살기’에 이어 식물 시리즈 2탄 ‘식물에서 길을 찾다’(오른쪽)를 펴낸 최문형 교수.

식물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 ‘식물처럼 살기’(사람의무늬)로 스테디셀러 작가로 자리 잡은 최문형 교수가 식물 시리즈 2탄 ‘식물에서 길을 찾다’(넥센미디어)를 펴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강의하는 최 교수는 ‘식물처럼 살기’에서 식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식물의 지혜를 배우자로 제안했다. 최 교수에 의하면, 식물은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제자리에서 자신의 성장은 물론 때론 자연과 다른 동식물을 이용해 적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번식까지 한다며 인간이 배울만한 지혜가 풍부하다고 소개한다.

 

‘식물에서 길을 찾다’는 1부 ‘식물의 과학에서 인문학을 찾다’와 2부 ‘식물의 생태에서 인생의 길을 찾다’로 구성 돼 있다.

 

1부에는 철학과 종교를 비롯해 신화와 문학, 진화론과 인문학, 동양적 사유 등 저자의 폭넓은 독서력과 사유의 폭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적 유희가 펼쳐지고, 2부에서는 살아남기의 묘미, 변신과 네트워킹, 사랑과 포용의 길, 성장과 완성을 다양한 식물군에서 사례를 찾아 설명했다.

 

저자는 “바이러스로 암울했던 2020년 초반, 우중충한 세상과 마음, 희망이라곤 찾을 수 없었던 처음 겪는 황폐함, 그 틈을 햇살처럼 뚫고 온 건 역시 식물이었다”며 “차단되고 고립된 우리 마음과 몸에 계절과 함께 소망을 준 것도 온통 식물뿐”이라고 예의 식물을 예찬했다.

 

수십 년 동안 식물에 천착해온 저자는 특유의 관점으로 “동물은 환경을 옮기고 인간은 환경을 개조하나 식물은 철저하게 환경에 적응한다”며 “식물은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하여 완벽하게 적응하다 보니 남에게 얹혀살기도 하고 움직이는 동물을 사냥해서 살기도 한다”고 말한다.

 

“바이러스 시대에도 식물에게서 지혜를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하는 저자는 “수륙양처에서 사는 맹그로브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생존법을, 환경에 따라 변신하는 네펜데스처럼 유연한 삶의 양식을, 한 발 한 발 신중한 담쟁이처럼 깊은 성찰을 하자”고제안한다.

 

물가에 사는 식물 맹그로브는 엄마나무에서 싹을 틔운 조숙한 씨앗을 물위에 떨어뜨려 물속에서도 잘 자란다. 숨쉬기 힘들면 물 위로 잠망경처럼 생긴 호흡뿌리들을 뻗어 올린다. 수륙양처에서 멋지게 살아낸다. 심지어는 바다 한 복판에 맹그로브로 이루어진 섬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네펜데스는 워낙 척박한 땅에 살다보니 별별 생존 양식을 고안했다. 줄기를 동그란 통 모양으로 변형시켜 수단 안 가리고 먹이를 모은다. 개미, 박쥐 똥, 낙엽 등등 주변에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챙겨 먹고 살아 남는다. 생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식물을 보면 안다.

 

벽이든 나무든 전봇대든 한 번 뿌리를 걸치면 줄기차게 뻗어나가는 담쟁이는 한 발짝 뗄 때마다 주변을 세심하게 살펴서 방향을 정한다. 한 번 실수하면 망하니까.

 

“이 책 출판을 진행하면서 올해 내내 바이러스 시대라고 투덜거리고 불평했던 것이 부끄러워 깊이 반성했다”는 저자는 “식물의 감각, 식물의 촉수를 조금이라도 공유할 수 있다면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고, 잘 살아낼 수 있다. 식물에 길이 있다”고 위로한다.

 

이미 철학과 문학 분야에서 두 개의 박사학위를 가진 최문형 교수는 식물에 대해 더 공부하기 위해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에 편입해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만학도이기도 하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