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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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읽다 울먹…판사도 고통스러웠던 계모 사건

대전지법, 동거남의 아들 숨지게 한 계모에 징역 22년 선고 / 판결문 읽던 판사도 울먹
동거남의 9세 아들을 7시간 넘게 여행용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여성이 지난 6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동거남의 아홉 살 아들을 7시간가량 여행용가방에 넣고 학대해 숨지게 한 계모 재판에서 담당 판사는 사망한 아동에 대한 연민을 느낀듯 울먹였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채대원 부장판사)는 16일 살인 등의 혐의로 열린 A(41)씨 재판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이날 판사는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며 울음을 참느라 수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계모의 잔혹한 범행 수법으로 마지막까지 고통 속에서 숨 쉬어야 했던 아이의 모습을 떠올린 것으로 보였다.

 

재판부는 “범행이 잔혹할 뿐만 아니라 아이에 대한 동정심조차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분노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피해자가 거짓말을 해서 기를 꺾으려고 그랬다는 변명으로 일관,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 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1일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좁은 가방 안에 감금된 체중 23㎏의 피해자를 최대 160㎏으로 압박하며 피해자의 인격과 생명을 철저히 경시했다”고 무기징역 구형과 함께 전자발찌 20년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A씨는 지난 6월1일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동거남의 아들 B(9)군을 여행용가방(가로 50·세로 71.5·폭 29㎝)에 3시간가량 감금했다가 다시 더 작은 가방(가로 44·세로 60·폭 24㎝)에 4시간 가까이 가둬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감금 과정에서 수차례 ‘숨이 안 쉬어진다’며 호소하는 B군을 꺼내주는 대신 가방 위에 올라가 뛰거나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불어넣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