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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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후변화의 미래, 생물다양성이 답이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미래학자들의 경고가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가 우리 인류의 행동과 건강을 마구 흔들고 있고,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생물학자들은 유엔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에서 지난 9월 16일 발간한 ‘제5차 지구생물다양성전망’ 보고서에서 지난 50년 사이에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의 68%가 사라졌으며, 6번째의 생물종 대멸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기구(IPBES)’ 제7차 총회에서 채택된 글로벌평가보고서는 지구상의 생물종 중 100만 종이 수십 년 내에 멸종될 수 있다는 경고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 관장

우리 국립생물자원관은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생물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별것 없어 보이는 한 줌의 토양에도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존재하는 것에 착안하여 암이나 각종 종양 치료제 개발에 쓰이는 균주 ‘코로모마이신 에이3’를 찾아냈고, 자생 무당개구리 배아로 미세먼지로 인한 기관지 건조 원인을 밝혔다. 또 자연계의 분해자 털곰팡이 속 신종곰팡이인 ‘뮤코 청양엔시스’는 미세플라스틱 분해능력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 환경 난제인 플라스틱 쓰레기의 생물학적 처리에 활용될 수 있음을 찾아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그간 일부 학자들에 의해서 단편적으로 진행되던 분류연구를 생물 주권 확립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하여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였고 총 5만2628종의 국가생물종목록을 구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생물종의 유전자 정보와 분포 등 생태정보 및 멀티미디어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최근 비대면 온라인 시대에 맞춰 전시, 교육, 문화에 활용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

생물학, 화학, 의학 등의 기초분야부터 응용분야인 바이오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지원할 수 있는 4개의 생물 소재은행(유전자원, 천연물, 배양체, 종자)도 운영하고 있다. 생물 소재의 높은 활용도와 잠재적 가치로 세계적으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린뉴딜에 발맞춘 산업의 생물 소재 분야는 다양한 바이오 벤처기업이 육성될 수 있는 유망분야이다. 이에 국제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생물소재 전문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별도의 생물소재은행동을 건립 중이며 2021년 상반기에 개관할 예정이다.

기후변화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지구로 영향을 미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7년부터 메콩 국가들과 함께 이룬 생물다양성 보전 과정과 성과들을 바탕으로 향후 30년간 메콩 지역 생물다양성에 대한 집중적인 생물연구를 준비하기 위해 2025년 미얀마 네피도에 ‘한-메콩 생물다양성 센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국가생물다양성센터로서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정보를 총괄 관리하고 있다. 최근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생한 경우에는 형태분류와 유전자분석 등을 통해 과학적이고 신속하게 해당 종을 밝혀냈다.

다가올 미래는 IT와 인공지능 그리고 4차산업이 큰 화두인데 많은 미래학자가 생물다양성과 생물자원을 융합한 BT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도 예견한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협으로부터 현재와 미래세대가, 다양한 생물들이 건강하게 살아남아 지금보다 더 풍요롭고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앞으로는 생물다양성이 답이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