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뒤 벤츠 차량을 몰고 가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의 한 도로에서 치킨 배달을 가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해 국민적 공분을 산 30대 여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 중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구속한 A(33·여)씨를 이날 오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A씨는 지난 9일 0시55분쯤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한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B(54)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A씨의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B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 이상으로, 면허취소 수치(0.08%)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윤창호법’을 적용해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리(운전기사)를 부르자고 했는데 벤츠에 함께 탄 동승자 C(47)씨가 ‘네가 술을 덜 마셨으니 운전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C씨 역시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C씨에게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방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다음 주 중 검찰에 따로 송치할 방침이다.
음주운전 방조죄의 경우 통상 벌금형이 나오지만,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방조죄까지 적용되면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사고가 나기 전 A씨가 운전석에 탈 수 있게 자신의 회사 법인차인 벤츠 차량 문을 열어주는 등 A씨의 음주운전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들이 함께 술을 마신 숙박업소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가 주차장에 있던 벤츠로 다가가 차량 문 손잡이를 잡아당기지만 열리지 않는 모습이 담겼다. 잠시 뒤 따라나온 C씨가 조수석으로 접근할 때 차량의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방향지시등 불빛이 수차례 깜박이는 장면도 담겨 있었다.
C씨는 경찰에서 “차량 리모트컨트롤러로 차 문을 열어준 것은 맞다”며 “나머지는 술에 취해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 측이 A씨를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인 바 있다.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B씨 딸이 지난 10일 올린 청원 글이 화제가 되며 공분을 샀다. B씨의 딸은 답변 기준 20만명의 세 배인 6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이 청원글에서 “7남매 중 막내인 아버지가 죽었고 제 가족은 한순간에 파탄 났다”며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 없는 아버지를 위해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