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닦다가 쏘는 일이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지난달 주최한 ‘인도 태평양 지도자 대화’에서 남긴 말이다. 대만을 노린 중국군의 압박이 강해지고, 대만과 미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무력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대만 최전방에 군용기 투입하는 중국
중국은 군용기와 군함을 대만과 인접한 곳에 투입, 대만을 압박하면서 대만군의 대비태세를 정찰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 섬을 포위하듯 대만 남쪽과 북쪽 바다에서 동시에 군사훈련을 실시, 대만을 겨냥한 군사행동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18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중국 군용기들이 대만 서남부, 서부, 북부, 서북부 공역에서 동시에 대만섬으로 접근했다. 대만 공군 전투기들이 대응에 나서 22차례나 무전으로 경고를 하며 퇴거를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전투기들은 “우리 영공에 접근했다”는 이례적인 경고 표현을 썼을 정도로 중국 군용기들이 대만섬에 가까이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17일 대만을 방문한 것에 대한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크라크 차관이 대만에 도착한 17일에도 중국군 Y-8 초계기 2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중국군은 이날 동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런궈창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에 대한 중국군의 대응과 관련 “국가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해 정당하고 필요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0일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이 대만 서남부 공역에서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며 “9~10일간 중국 군용기 30여 대가 서남 공역에서, 군함 7척은 서남 해역에서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투입한 기종은 SU-30, J-11 전투기로 알려졌다.
대만 국방부는 “이틀 동안 중국 군용기는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21차례 진입했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공헌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KJ-500 조기경보통제기도 중국 샤먼과 인접한 진먼다오 인근 상공을 비행했다.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중국 전투기가 중국과 대만 간 실질적인 경계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침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중국의 압박에 맞서 대만도 군사력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대만군은 대만 공역을 침범하는 중국 전투기를 격퇴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6분 단축하기 위해 F-16 전투기를 중국과 가까운 펑후섬에 배치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이 실효 지배 중인 남중국해 프라타스 군도(둥사군도)에는 무인기가 배치됐다. 하이난다오에서 출항하는 중국 해군 함정을 감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만은 미국에서 개발한 MQ-9B ‘시 가디언’ 해상 무인정찰기 4대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가 만든 MQ-9B의 비행거리는 1만1100㎞로 대만이 보유한 자국산 무인기 비행거리가 300㎞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작전반경과 비행능력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MQ-9B 도입이 현실화하면 중국 남부 연안에서 남중국해나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중국 해군함정의 움직임이 대만과 미국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해군력 증강 계획을 선언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6일 랜드연구소에서 이뤄진 연설에서 중국의 해상 도전에 맞서기 위해 미 해군력을 무인 및 자율 함정과 잠수함, 항공기로 보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퓨처 포워드(Future Forward:미래로 향해)로 명명된 계획은 해군 함정을 현재 293척에서 355척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미래 함대는 공중과 해상, 수중에서 치명적인 공격력을 투사하기 위한 능력 측면에서 균형을 더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함대가 강도 높은 전투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과 원거리에서의 정밀타격 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력 증강 계획에는 소형 수상함과 잠수함, 선택적으로 유인 또는 무인-자율 항해가 가능한 수상 겸용 잠수정, 항공모함 탑재용 항공기 등이 추가된다. 에스퍼 장관은 ‘시 헌터’라는 드론을 시험 중이라면서 “이 드론은 한번 출격하면 두 달 이상 해상에서 적 잠수함을 자율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만 독립 저지, 중국의 태평양 진출 등 뒤섞여
중국의 대만 압박은 대만의 독립 시도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무력으로라도 대만을 되찾겠다고 공언해왔다.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정부를 중국이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마샤오광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만섬 서남부 해역에서의 전투기 출격에 대해 “대만은 중국의 신성한 영토에서 떼려야 뗄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며, 중국군의 훈련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마 대변인은 “우리는 대만 분리독립 시도를 좌절시킬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서 “주권과 영토를 단호히 수호하고 양안 동포의 공동 이익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냉전 수준으로 격화된 미중 갈등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높인다.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 경쟁적으로 군함, 군용기를 투입하면서 노골적인 힘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는 중국의 태평양 진출 시도를 저지하려는 미국, 대만의 의도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항공모함 2척을 보유한 중국은 항모와 대형 강습상륙함, 구축함 등을 추가로 건조하며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제1차 세계대전 직전 당시 독일처럼 해군력을 강화한 국가는 대양 진출을 꾀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도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태평양 해역까지 진출해 군사작전을 펼칠 준비를 진행중이다.
항모를 앞세운 중국 해군이 태평양에 진출하려면 대만 서남부나 북부 해역을 통과해야 한다. 이는 대만 동부 지역이 중국 해군 위협에 노출될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대만 포위망의 완성을 의미한다. 해병대를 태운 강습상륙함이 합류한다면 대만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중국 항모 전투단의 태평양 진출이 일상화되면 미국의 태평양 패권이 흔들리는 위험에 노출된다. 이를 저지하려면 중국 해군함정이 태평양으로 나올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포착이 쉽지 않은 중국 잠수함의 태평양 진출은 미 해군에 큰 위협이 되는 만큼 출항 시점부터 견제를 할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만해협 일대에 해상초계기와 정찰기, 군함을 계속 투입하는 것을 두고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대만 편에 서서 싸우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의미도 있다.
미군의 방해를 뚫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일대에 군사력을 계속 투입해야 미군과 대만군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자국 영해와 가까운 해역까지 미군 정찰기가 진출하는 상황을 방관하면, 중국 해군과 공군의 활동 영역은 연안 지역으로 밀려나게 된다. 중국이 해군과 공군력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중국은 절대적인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전투기 등을 동원해 대만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지원을 받는 대만은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며 맞서고 있고, 미군도 대만섬 일대에서의 군사행동을 강화하고 있어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과 대만, 미국 간 군사적 긴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